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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반군, 트리폴리 외곽 전투기 공습… 사실상 내전 상황

입력 | 2019-04-09 03:00:00

非이슬람계 하프타르 반군 사령관, 유엔 휴전요청 무시 대대적 공격
정부군 반격… 사망자 50여명 달해
러-사우디-UAE는 반군 지지
美-유럽 겉으론 정부군 지지하지만 석유 등 이해 얽혀 어정쩡한 태도




미군 일시 철수 7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서쪽의 잔주르에서 미 해군 수륙양용 함정이 철수하기 위해 출항하고 있다. 미 아프리카사령부는 이날 리비아의 안보 상황 악화를 이유로 일시적 병력 철수를 발표했다. 정부군과 군벌 사이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리비아가 8년 만에 다시 내전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잔주르=AP 뉴시스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리비아 서부의 통합정부군(GNI)과 세속주의 성격의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 간 무력충돌로 8일 현재 누적 사망자가 50여 명에 달한다고 로이터,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과 유엔 등은 통합정부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반군을 지지해 내전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국민 안전을 우려한 미국과 인도는 주둔 병력 일부를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 반군 이끄는 하프타르

칼리파 하프타르 최고사령관(76·사진)이 이끄는 LNA는 7일 정부군이 관할하는 수도 트리폴리 외곽에 전투기 공습을 포함한 대대적 공격을 가했다. 전일 정부군이 민간인 생명을 위협하는 중화기를 사용한 데 따른 맞대응이라고 주장하며 유엔의 휴전 요청을 무시했다. 정부군도 ‘분노의 화산(Volcano of Rage)’이란 반격 작전을 개시해 양측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4일 시작된 양측의 무력충돌로 난민 2800명이 발생했다.

이번 교전은 비(非)이슬람계 퇴역 장성인 하프타르 LNA 사령관의 자신감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1943년 리비아 2대 도시 벵가지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 가담하며 군 장성으로 승승장구했다. 1987년 차드와의 전쟁 때 포로로 붙잡혔지만 당시 카다피가 자신의 구출에 적극적이지 않자 반대파로 돌아섰다. 1990년 전쟁 포로에서 벗어난 후 미국으로 이주해 시민권을 얻었다. 2011년 귀국해 카다피 축출에 앞장섰고 2014년 동부 최대 군벌로 부상했다. 현재 리비아 영토의 3분의 2가량이 그의 영향력 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7년 7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장악했던 벵가지를 탈환하며 동부 지역을 안정시키자 그의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그는 이 여세를 몰아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서부까지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와 카타르 등은 ‘풀뿌리 이슬람운동’을 주창하고 있는 정부군을 지지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왕정국가는 ‘왕정 타파’를 외치는 정부군보다는 반(反)이슬람주의자라도 하프타르가 낫다는 계산 아래 동부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하프타르 사령관은 트리폴리 진격 선언 직전 사우디를 방문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과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방의 엇갈린 계산


미국은 통합정부군을 지지하면서도 ‘석유’를 이유로 하프타르와도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하프타르의 군사 공격에 반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5일 뉴욕타임스(NYT)는 “리비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리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미국 물가를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리비아 교전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해 8일 뉴욕시장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는 지리적으로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통로여서 물밀 듯 몰려드는 난민을 막기 위해서라도 양쪽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 특히 프랑스는 오랫동안 하프타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역시 하프타르를 지지하는 러시아도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반군의 트리폴리 진격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채택하려는 것을 저지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