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선임 등 안건 부결↑, 경영감시 제대로 될지 우려 “주주가 의결권 행사 못하는 규정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제공)© 뉴스1
섀도보팅(shadow voting·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 폐지로 올해도 주주총회 안건 부결 대란이 벌어졌다. 주로 감사(위원) 선임 안건들이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경영권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3%룰’(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규제)을 폐지하고, 의결정족수 기준(발행주식 총수의 25%)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감사(위원) 선임 등 안건 부결↑, 경영감시 제대로 될지 우려
상장협은 내년에 감사(위원)를 선임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 회사가 올해보다 많은 238개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74개사의 안건이 부결됐다. 해가 거듭될수록 그 숫자가 크게 늘고 있는 모습이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되면 새 감사가 선임될 때까지 기존 감사가 업무를 계속하게 된다. ‘신(新)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감사(위원)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진 시점인데 기존 감사(위원)가 장기간 재임하면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섀도보팅 폐지의 대안 중 하나인 전자투표제가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회사는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주주의결권 위임 대행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등 경제적인 부담도 느끼고 있다.
◇안건 부결 대란 원인으로 2017년 12월 섀도보팅 폐지 지목
1962년 상법 제정 때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겠다며 정부가 도입한 3%룰도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감사(위원)를 선임하려면 발행 주식 25%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22%를 추가 확보하지 못하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는 것이다.
상장협 관계자는 “상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대주주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3%룰을 적용했는데, 섀도보팅이 있어서 정족수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었다”며 “그런데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정족수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했다.
의결정족수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보통결의의 경우 의결권 있는 주식 4분의 1 찬성과 출석 주식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는 의결권 있는 주식 3분의 1 찬성과 출석 주식 3분의 2 찬성을 필요로 한다.
상장협 관계자는 “전자투표제 도입이나 주주권 행사 노력을 한 경우에는 보통결의 요건을 그냥 출석 주식 과반수 찬성으로 완화하는 게 안건 부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통결의와 특별결의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일정비율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2017년 11월 대표발의한 바 있다.
권 의원은 당시 “영국, 미국은 의사 정족수 요건이 없고, 일본도 기업 대다수가 의사 정족수를 배제하고 있다”며 “의결권은 주주의 기본권으로서 이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둔 나라는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섀도보팅 폐지를 코 앞에 두고, 섀도보팅 폐지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발의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반면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3%룰 폐지와 의결정족수 기준 완화 요구는 보다 쉽게 경영권을 휘두르려는 경영진의 꼼수라고 했다. 위 연구위원은 “(그렇게 되면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전자투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전자투표제가 일반화되려면 3~5년 걸릴텐데, 이를 적극 홍보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도입이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