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 방탄소년단, 불법 암표 거래 근절 앞장선다
6월 팬미팅 1인 1매씩 티켓 추첨
입장 전 당첨자 신분증 모두 대조
향후 공연 티켓도 같은 방식 계획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이 불법 입장권 및 암표 근절을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무료로 배포되는 입장권을 비롯해 암표가 정상가(R석 기준·11만 원선)의 적게는 10배, 많게는 50배까지 부풀려져 ‘부르는 게 값’이 된 비현실적 상황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가요계에도 관련 움직임이 확산할 전망이다.
9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6월 서울과 부산에서 시작하는 방탄소년단의 팬미팅에서 처음으로 티켓 추첨제를 진행한다. 소속사 측은 매년 방탄소년단의 데뷔 월인 6월, 공식 팬클럽인 ‘아미’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팬미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를 포함한 각종 공연의 입장권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사이트 서버가 다운되는 등 이른바 ‘피켓팅’(피를 튀기는 티켓팅)이라 불리는, 팬들의 입장권 확보 경쟁이 치열했다.
이런 현상에는 매크로(특정 명령을 반복 입력하는 컴퓨터 자동프로그램)를 통해 티켓을 다량 구매하는 암표상과 정상 티켓가에 터무니없는 고액의 ‘프리미엄’을 얹어 불법 양도·판매하는 이들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보고 있다. 이에 지난해 공연 입장권 예매 사이트를 통해 매크로 차단 시스템을 도입하고, 프리미엄 티켓 신고제를 운영했다. 하지만 공공연히 암표가 거래되고 있다고 판단해 처음으로 추첨제를 도입하게 됐다.
소속사는 향후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 방탄소년단의 국내 콘서트 입장권을 판매할 방침이다. 팬미팅과 달리 콘서트는 공연 규모가 커 입장권 관리가 더 어려운 만큼 매크로를 이용해 불법으로 입장권을 예매하는 사례가 없도록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도입한 추첨제를 시작으로 연예기획사와 공연기획·제작사 등 가요계도 구체적인 관련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암표 거래는 물론 아이돌 콘서트의 티켓 사기 사건 등이 자주 일어나면서 국회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티켓 온라인 불법 거래를 강력 처벌하는 규정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