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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고 발뺌하는 중국 예능에 ‘속수무책’

입력 | 2019-04-10 06:57:00

표절의혹이 제기된 중국판 ‘전참시’, 텐센트의 ‘나와 나의 매니저’(오른쪽).


전참시 등 34개 프로그램 표절 의혹
법적 제재 못해…정부차원 대책 필요

최근 SBS ‘집사부일체’와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을 표절한 것으로 강한 의심을 받는 중국 예능프로그램 때문에 제작진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송관계자들은 끊이지 않는 표절 시비에 “법적으로 제재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중국 후난위성TV ‘아문적사부’가 ‘집사부일체’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한 프로그램은 4명의 연예인이 ‘제자’가 제자가 돼 다른 영역의 유명한 ‘사부’를 모시고 2박3일을 함께 보내는 내용이다. ‘집사부일체’의 설정 및 기획의도와 흡사하다. SBS는 9일 “공식적으로 포맷을 수출한 적이 없다. 내용 확인 후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심을 받는 예능프로그램은 또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텐센트의 ‘나와 나의 매니저’는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을 빼닮았다. 스타와 매니저의 일상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전참시’의 리메이크작처럼 보이지만, 정작 ‘전참시’의 정식 중국판은 ‘우리 둘의 관계’라는 이름으로 현지 다른 방송사가 제작 중이다. MBC는 “포맷 구매사와 (표절 여부를)확인 중이다. 이후 본격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일부 방송사들은 tvN ‘윤식당’ ‘삼시세끼’, JTBC ‘효리네 민박’ 등 한국의 예능프로그램 포맷을 무단으로 베껴왔다. 또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중국 방송사의 국내 포맷 표절 의혹 현황’ 분석에 따르면 총 34편의 프로그램이 관련 피해를 보았다.

방송관계자들은 “이미 5년 전부터 관련 사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뚜렷한 대응책이 없어 답답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내용증명 등을 보내도 ‘흡사한 포맷일 뿐 표절이 아니다’며 발뺌하곤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런 중국 방송사들의 행태를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관련 분쟁에서 법적으로 저작권을 보호받은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 2016년 7월 중국의 한한령(한국 콘텐츠 유통 제한)도 표절 시비를 지속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한한령의 여파로 예능프로그램 포맷 판로가 막힌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양국 간 소통이 경직되면서 저작권 관련 논의도 이뤄지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절을 가볍게 생각하는 중국 콘텐츠 제작자들의 인식도 쉽게 바뀌지 않아 당분간 유사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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