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 근무 당시 대사관 공용 화장실에 카메라 설치 19명이 화장실 이용한 영상 담겨…삭제 파일 700개 이상 검찰 “DNA 일치”…유죄 인정되면 최고 징역 1년 6개월
미국 워싱턴주재 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하던 해군 장성 출신 무관이 화장실에서 ‘몰카’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8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오클랜드지방법원은 이날 알프레드 키팅 전 뉴질랜드 해군 중장에 대한 검찰 문서를 공개했다. 2017년 미국 워싱턴주재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국방무관으로 근무하던 키팅은 대사관 남녀 공용 화장실에 영상 카메라를 설치해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는다.
2017년 7월 대사관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를 이상하게 생각한 한 직원은 몰래카메라 가능성을 고려해 수사 당국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화장실 난방 배관에 설치됐던 카메라에는 5시간 동안 대사관 직원 19명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영상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가 기울어져 영상 대부분은 직원들의 발만 보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검찰은 메모리 카드에서 키팅의 유전자가 발견됐다며 카메라를 설치한 용의자로 키팅을 지목했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푸른색 고무장갑을 끼고 카메라를 설치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당일 대사관 보안 카메라에 잡힌 키팅의 인상착의와 같았다고 주장했다. 키팅이 몰래카메라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관련 웹사이트에 접속했던 것도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그는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가 발견됐을 당시 키팅은 현직 외교관 신분이라 미국에서 기소 면책특권을 적용받아 이후 재판이 뉴질랜드에서 진행됐다. 키팅은 배심원단 선출을 위해 3월 29일 법원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으나 이틀 뒤 사임했다.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군사 재판을 받지 않아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한편 키팅은 지난해 법원에 가족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는 게 극단적인 고통이 될 수도 있다며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으나 기각당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번 재판이 전 세계적으로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열리게 됐다며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호텔 몰카 유출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