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2000억 상속세 마련 방안은 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 등… 조회장 지분 총 763억 추산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의 막냇동생인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그룹 측이 한진그룹의 경영권 확보를 시도해온 행동주의 펀드인 KCGI와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향후 경영권 승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9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그룹의 다른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거나 한진칼의 배당을 확대해 오너 일가가 현금을 확보하는 것부터 우호 지분(백기사)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998년 최첨단 장치를 갖춘 선박 ‘한진 오슬로호’ 앞에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운데)와 아들 4형제가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조 창업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한진그룹 제공
현실적인 현금 조달 방안으로는 조 회장이 보유한 다른 계열사 지분을 파는 방안이 꼽힌다. 상장사인 ㈜한진(6.87%)과 대한항공(0.01%), 비상장사인 정석기업(20.65%), 토파스여행정보(0.65%) 등으로 지분 가치는 현재 시가로 총 763억 원으로 추산된다.
과세 당국이 분납을 허용하면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나눠 낼 수 있어 한진칼이 주주 배당액을 점차 늘리는 방안도 가능하다.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한진칼 지분을 총 6.95% 보유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이 부동산과 비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 등으로 재원을 마련한 뒤 이를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계와 증권가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막냇동생인 조정호 회장이 이끄는 메리츠금융그룹이 한진칼 등의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이 2002년 타계했을 때 상속 문제를 놓고 조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법적 분쟁을 벌인 바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원태 사장 등 한진가 오너들이 대한항공과 협력 관계인 미국 델타항공 등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8일 큰 폭으로 올랐던 한진칼 주가는 이날 0.82% 내린 3만1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민구 warum@donga.com·송진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