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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패트릭 크로닌]한미 정상은 흔들리는 동맹과 ‘가짜 평화’에 맞서야 한다

입력 | 2019-04-10 03:00:00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은 11일 백악관에서 다시 정상회담을 갖는다. 동아일보DB

패트릭 크로닌 미국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2년 내 5번째 미국 방문을 하는 이 시기에 한미 당국자들은 동맹관계의 균열조짐과 ‘가짜 평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철통같은 동맹’의 강조, 그리고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낙관론 같은 발언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이번 워싱턴 방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물론 한미 관계에 대해 끓고 있는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어째서 미국의 가장 강력하고도 오랜 동맹 중 하나에 대해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일까.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이달 초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과의 회담에서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고, 섀너핸 대행이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로 화답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동맹을 관리하는 양국 당국자들이 직면한 최소한 세 가지의 질문이 있다. 첫째, 두 동맹국은 북한과의 협상 성패와 상관없이 (군사) 방어의 핵심적인 미션에 동의할 것인가? 예를 들어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의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에 합의할 경우 외교는 북한 인민군의 핵무기 혹은 재래식 무기의 급격한 감소 없이 천천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지 못하거나 위성 발사를 포함하는 도발에 나선다면 양국은 군사적 압력을 포함하여 ‘최대 압박’ 모드로 돌아갈 것인가?

둘째, 동맹은 평양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가운데에서도 모든 비상계획(contingency) 준비가 되어 있는가? 주요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감축은 불가피하게 대응태세를 약화시킨다. 게다가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주요한 두 동맹국이 역사 이슈 및 ‘레이더 갈등’으로 인한 불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한국을 방어해주기 어렵다. 여기에 작전통제권(OPCON)의 전환 문제도 걸려 있다. 양측은 한국의 준비 상태와 북한과의 평화 수위에 따라 작전통제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두 가지 이슈는 동맹국을 단결시키기보다는 분열시키기 쉽다.

셋째, 서울과 워싱턴은 중장기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의 조건에 합의할 것인가? 올해 초 미국의 여러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미국의 영속성에 의문을 제기하던 시기에 이뤄진 1년짜리 방위비분담금협정 체결은 장기 계약 조건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동맹에 대한 우려는 문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는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 있어서의 협상 전략을 조율한다는 핵심 이유에 집중하느라 제쳐놓기 쉽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월 말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실시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곧 만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선언의 1주년을 기념하는 이달 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영구적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에 대해 낙관적 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비효율적인 외교가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가짜 평화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서 우호적이기는 했어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로 헤어진 이후 북핵 협상은 명백히 압박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로 전 세계의 당국자와 분석가들은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쁜 딜’을 받아들일 것으로 오판한 김 위원장에 대한 분석만큼 많이 이뤄진 게 없다.

양측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네 가지 합의사항 중 세 가지에 대해 진전을 이룰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종전선언과 평양 내 북-미 연락사무소의 설치는 한국전 미군 전사자의 유해발굴을 위한 공동조사와 함께 분명히 관계 개선과 평화증진에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다섯 번째 요소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실패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핵분열 물질 생산을 전부 중단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북한의 핵연료 주기를 동결시키겠다고 제안하는 대신 가장 오래된 핵 시설(폐기)만을 제공했다. 그는 그 대가로 2016년 이후 부과된 모든 국제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핵분열 물질 생산의 동결은 그 어떤 핵무기도 제거하지 않은 것이며, 알려지지 않은 핵무기 혹은 무기 수준의 핵물질 생산 및 축적을 막을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심지어 그가 제공하겠다는 영변 핵단지가 400개 가까이 되는 구조물 전부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그저 오래된 플루토늄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기술 뿐인지조차 명확히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제재가 일단 해제되면 이후 협상이나 약속 이행이 결렬되어도 다시 부과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몰 딜’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하기 위해 오는 것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형편없는 딜, 분열돼 있는 미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elf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그의 카운터파트에게 알게 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 협상 포지션은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때에만 지속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화롭고 비핵화된 한반도를 위한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협상에서의 실질적인 첫 단계가 필요하다.

물론 문 대통령은 워싱턴을 덮치듯이 방문해 철통같은 동맹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애쓰는 모습을 통해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은 외교의 장을 열었고,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남북군사합의 같은 신뢰구축 조치나 외교의 가치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단 한 개의 핵무기나 핵물질을 포기하지 않았다. 또 지금도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화 프로세스의 진행을 서두르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모자라다. 이달 27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사상 첫 판문점 선언의 1주년, 6월의 사상 첫 싱가포르 북-미 회담 1주년, 미국의 2020년 11월 대선 일정, 그리고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등의 시한을 생각해 보라.

미국과 한국이 포괄적인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라는 틀 안에서 김 위원장에게 실질적인 첫 걸음을 내딛도록 설득할 수 없다면, 평화 프로세스는 위의 이정표 시한들이 다가올수록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북한의 협상 전략, 전술에 관계없이 한미 양국의 강력하고 확실한 동맹 관계는 김 위원장과 같은 무책임한 지도자가 향후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대응방법을 찾아나가려는 서울과 워싱턴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