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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호사다마’… 부상에 짓눌린 100번째 마운드

입력 | 2019-04-10 03:00:00

류현진, SL전 2회 자진 강판
작년 사타구니 근육통 재발… “크게 아프지 않지만 예방 차원”
구단은 부상자 명단 올릴 계획… 자주 다쳐 FA계약 악영향 우려




AP 뉴시스

잔칫날에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 다시 찾아왔다. 축하와 관심 속에 100번째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31·LA 다저스·사진)이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시즌 초반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며 20승 달성의 기대감을 부풀렸기에 마운드를 내려가는 그의 표정은 더 어두워 보였다.

통산 100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서 국내 빅리거 중 처음으로 시즌 개막 후 3연승을 노렸던 류현진이 9일 세인트루이스와의 방문경기에서 2회를 끝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류현진은 2-2 동점이던 2회말 2사 후 상대 선발 마일스 마이컬러스를 상대로 공 하나를 던진 뒤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사인을 보냈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류현진의 등을 토닥이며 더그아웃으로 내려보냈다.

갑작스러운 교체는 왼쪽 사타구니 근육 통증 탓이다. 지난해에도 부상을 당했던 부위다. 류현진은 오른발을 앞으로 길게 뻗어 디딘 다음 시계 방향으로 몸을 틀면서 공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구속을 높이기 위해 오른발을 최대한 많이 뻗고 상체 회전을 강하게 줄 경우 뒤쪽에서 끌려오는 왼쪽 다리의 사타구니 근육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경기 직후 류현진은 큰 부상이 아니라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테스트를 받았을 때도 이상은 없었고 매우 가벼운 통증이지만 예방 차원에서 내려온 것”이라며 “다음 선발 등판에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 역시 “나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정밀 검사를 위해 류현진을 부상자 명단에 올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등판 로테이션을 지키지 못할 확률이 높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부상자 명단에 8번 올랐는데, 이때마다 최소 10일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최소 두 번의 로테이션을 지나쳐야 한다. 지난해 같은 부위인 사타구니 근육 부상이 발견됐을 때도 총 70일 이상 부상자 명단에 남아 있어야 했다.

이번 부상이 류현진의 내년 계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4년부터 매년 부상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1790만 달러(약 205억 원)에 1년 단기계약을 맺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주 부상을 당하는 유리 몸’이라는 오명을 쓸 경우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2017년 25번 마운드에 올랐던 류현진은 지난해엔 15번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다저스는 허술한 계투진의 약점을 노출시키며 3-4로 패해 5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다저스는 1회초 2점을 먼저 뽑아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1회말 류현진은 자신에게 강한 면모를 보인 폴 골드슈밋을 맞아 이번 시즌 첫 볼넷을 내준 뒤 4번 타자인 마르셀 오수나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