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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37년전 규제에 갇힌 ‘서울대 컴공’

입력 | 2019-04-10 03:00:00

[대통령 위에 공무원, 규제공화국에 내일은 없다]
인구분산 목적 ‘수도권정비법’에 정원-예산배분 등 묶여
中은 투자 확대… 세계 경쟁력 칭화대 1위, 서울대 116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는 전화숙 교수는 강의실을 돌아볼 때마다 착잡한 마음이다. “컴퓨터 기반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잖아요. 학생들은 엄청 몰리는데 우리 학과 입학정원은 몇 년째 55명으로 고정돼 있어요. 답답하지만 규제 때문에 방법이 없어요.”

전 교수가 말하는 규제는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수도권법)이다. 37년 전 생긴 이 법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는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학교 등 ‘인구집중 유발시설’을 신설 또는 증설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총정원을 늘리지 못하는 건 이 법규정 때문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시대 흐름을 거슬러 계속 축소돼 왔다. 전 교수는 “처음 교수가 됐을 때만 해도 학과 학생들이 90명 정도 됐는데 정부의 연구중심대학 정책에 따라 학부 정원이 줄어들었다”며 “50명대가 된 게 15년쯤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컴퓨터공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급속도로 커졌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도 해가 다르게 늘었다. 현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는 학년별로 주 전공 학생 55명 외에 복수전공 학생 55명, 부전공 학생 55명, 자유전공 학생 30명 등 2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전 교수는 “실제 수업을 듣고 싶어 하는 학생은 이보다 3, 4배 많았는데 규정상 주 전공 학생 수만큼만 복수·부전공 허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학부의 모든 예산과 기자재, 공간과 교수진은 ‘주 전공 정원’을 기준으로 배분된다는 점이다. 55명을 기준으로 책정된 자원을 그 4배에 달하는 인원이 공유하다 보니 교육의 질적 저하를 피하지 못한다. 5일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실습실에서는 학생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컴퓨터 한 대를 번갈아 나눠 쓰고 있었다. 실습 컴퓨터가 부족해서다. 최대 60명이 정원인 이론수업은 100명이 듣는다. 학생들이 전공필수과목 수강 신청에 실패해 반발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전 교수는 “수년간 정원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안 된다’뿐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들이 규제에 짓눌리는 동안 중국은 무서운 기세로 고등교육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칭화(淸華)대의 1년 예산은 4조6000억 원으로 우리나라 1년 전체 고등교육예산(10조 원)의 절반에 달한다. 칭화대 컴퓨터과학기술과는 지난해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전 세계 컴퓨터 과학 분야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화중(華中)과학기술대(6위), 저장(浙江)대(9위) 등 다른 중국 대학 11곳도 40위 안에 들었다. 반면 한국은 KAIST가 41위에 겨우 올랐고, 성균관대(72위) 고려대(80위)만이 100위 안에 들었다. 서울대는 116위였다.

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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