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서울 용산 건물은 불과 2초 만에 무너져 내렸다. 동아일보DB
○ 도시 노후화, 시민 안전 위협
애벌레 로봇은 8개 방향으로 달린 고무털을 진동시켜 바닥을 밀며 앞으로 나아간다. 방향 전환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다타쿠마 리이치로
2018년 6월 3일, 서울 용산구에서 4층짜리 상가 건물이 붕괴됐어요. 벽돌과 시멘트로 이뤄진 건물이 무너지는 데 채 2초도 걸리지 않았지요. 이 건물은 지은 지 50년이 넘은 노후 건물로, 전문가들은 주변의 대형 공사를 사고의 원인으로 꼽고 있어요.
주변엔 재개발사업이 한창이어서 2014년부터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어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규칙한 진동과 땅을 파는 굴착공사 때문에 지반이 변형돼 주변 건물에 영향을 미친 거예요.
특히 이 건물은 구멍이 뚫린 벽돌에 철근을 넣어 지었는데, 진동 탓에 벽돌이 조금씩 엇나가 붕괴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지요. 붕괴 한 달 전부터 벽돌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 노후 도시, 과학으로 관리하라!
그래서 KAIST 손훈 교수팀은 다리에 부착해 다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센서를 개발했어요. 센서의 종류는 총 세 가지로 각각 갈라짐과 처짐, 케이블의 느슨한 정도를 검사해요. 다리가 노후화되면 갈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잡아 주는 케이블이 느슨해져 사고가 날 수도 있거든요.
이때 다리의 연결부나 교각, 상판 등 큰 힘에 노출되는 부분에 센서를 부착하면 다리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지요. 손 교수는 “센서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리의 안전성을 파악하고 수명을 예측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답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도로가 푹 꺼지는 싱크홀에 대한 뉴스를 본 적 있을 거예요. 도시에서 생기는 싱크홀의 66% 이상이 하수관 손상 탓에 발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어요. 하수관은 집안에서 발생한 폐수를 폐수처리장까지 연결하는 통로로, 땅속 1∼2m 깊이에 설치해요. 오래된 하수관이 파손되면 주변의 흙이 관 속으로 밀려들어가요. 이때 주변 지반이 약해지면서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하는 거예요.
환경부는 2015년부터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2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 1만5600km를 조사했어요. 그 결과 파손으로 싱크홀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하수관 7만6000여 개를 발견했지요. 즉, 1km당 평균 4.9개의 결함이 있는 셈이에요.
애벌레 로봇은 본체 안에 동력장치가 있어 외부에서 별다른 전원 장치를 연결하지 않아도 고무로 만든 털을 진동시켜 바닥을 밀며 전진해요. 속도는 초당 5cm 정도로, 바퀴 같은 부속품이 따로 없어 하수에 섞인 오물이 엉겨 붙으며 움직임을 방해하는 문제도 막을 수 있지요.
○ 건물을 오래 쓰는 방법, 재생건축
노후 시설물은 도시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지만 부수고 새로 짓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에요. 안전 진단을 통해 붕괴 가능성이 있는 곳은 고치고, 튼튼한 곳은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이처럼 노후 시설물의 외형을 보존하는 동시에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는 건축 방식을 ‘재생건축’이라고 부른답니다.
폐기차역을 보수해 지은 프랑스의 오르세미술관이 대표적 재생건축물이지요. 2017년 9월 개관한 서울 마포구의 문화비축기지도 재생건축물입니다. 1970년대 후반 지어진 이곳은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위해 만든 석유비축기지였어요. 탱크 5개에 약 6907만 L의 석유를 보관했지요.
2000년 이 기지 바로 옆에 월드컵경기장을 지으면서 이곳을 위험시설로 여겨 폐쇄한 후, 10년 넘게 방치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2014년 서울시에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공사를 시작했어요. 기존 탱크 5개와 자재를 재활용해 새로 지은 여섯 번째 탱크를 전시장이나 공연장 등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지요. 이의종 건축재생공방 건축가는 재생건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예스러움을 지키는 일입니다. 공간은 추억을 남기고, 또 다음 세대에게 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박영경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longfestiv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