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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생명권vs여성선택권…11일 낙태죄 위헌판단 나올까

입력 | 2019-04-10 11:56:00

낙태여성·집도의사 처벌조항…재생산권 보장 여부도 주목
2012년 합헌 이후 사회인식·재판관 변화…헌법불합치 전망



© News1


임신중절을 한 여성과 집도 의사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7년 만에 다시 헌법의 심판대에 선다.

‘여성의 선택권’ 대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과거의 이분법적 논의를 넘어 여성의 ‘재생산권’ 측면에서도 낙태죄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재생산권은 여성이 임신을 할지 말지, 낳을지 말지 등 출산의 권리뿐 아니라 임신중단의 권리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11일 낙태한 여성과 낙태시술을 한 의료진을 벌금·징역 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269조1항과 270조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한다.

낙태수술을 한 뒤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가 해당 조항들이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청구한 사건이다.

일반적으로 낙태죄 폐지에 대한 찬반 입장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으로 양분됐다. 2012년 헌재가 재판관 4(합헌)대4(위헌)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때도 이를 중심으로 판단이 이뤄졌다.

당시 청구인은 태아는 모체에 전적으로 의존해 생명권의 주체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또 임신·출산시기를 결정할 자유를 제한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원치 않는 임신이나 출산 부담을 여성에게만 지우는 것도 평등권 침해로 봤다.

낙태 처벌이 낙태를 근절하는 효과가 없고 불법수술로 임신부 건강권이 침해된다고도 주장했다.

낙태죄 처벌의 경우 일반인에 의한 낙태가 더 위험한데 의사를 가중처벌하는 건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직업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반면 헌재는 당시 합헌 결정에서 태아가 별개 생명체로 생명권의 주체라고 판단했다. 또 신체질환 등 불가피한 경우 임신 24주 이내에서 낙태를 허용해 자기결정권 침해가 아니라고 봤다.

모자보건법 14조는 정신장애가 있거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임부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등에 한해 임신 24주 이내에만 낙태수술을 허용한다. 수술엔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또는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게 급격한 낙태증가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의사낙태죄에 대해선 생명보호 업무에 종사하는 자라서 일반인보다 의사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고,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도 가능해 과중한 형벌규정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엔 낙태죄 처벌에 대한 전향적 결정이 나오지 않겠냐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낙태죄에 대한 사회인식이 변화했고, 헌재 구성도 진보성향 재판관이 다수 포진, 당시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의 양분된 논의구조를 넘어 여성의 건강권, 행복권이 임신중절 결정 때 주요 고려요소가 되는 ‘재생산권’도 대두됐다. 여성을 국가 인구조절정책의 도구로 삼는 관점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헌재에 제출한 공식 의견서에도 재생산권이 언급돼 있다. 이는 국가가 임신을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낙태 역시 당사자인 여성이 판단해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법이 낙태를 전면금지하고, 현행 모자보건법상 낙태허용 사유가 극히 제한적이라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여성가족부 역시 현행 낙태죄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반면 법무부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 조치가 없어진다며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생명권 존부를 성장단계에 따라 구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종교계 등에서도 ‘낙태는 살인과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이번 선고에서 헌재가 이같은 사회변화를 얼마나 담아낼지 주목된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면 헌재는 낙태죄 처벌에 위헌결정을 하게 된다.

당장 법률효력이 없어지면 생길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개정시한을 제시하고 입법을 촉구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