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관 시절 서류 무단 유출·파기 혐의 "피의자조서 전제로 재판 진행 안된다" 검찰 "재판 지연시키는 의도로 생각돼"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재판 기록 등 자료를 무단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53·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가 검찰의 제한 없는 출석요구권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며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남천)는 1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 변호사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이기 때문에 유 변호사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유 변호사 측 변호인은 “검찰의 출석요구권이 아무런 제한 없이 무제한처럼 규정된 것은 위헌”이라며 “검찰의 출석요구에 의해 작성되는 피의자 신문조서는 별도로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 시에 제한 없는 출석요구권으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가 법정에서 피고인이 부인해도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형사소송법 제200조(피의자의 출석요구)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 또 제312조(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에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조서는 진술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되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기재돼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5년 5월26일 ‘검찰 수사단계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가 법정 피고인에 의해 부인돼도 경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한다는 주장을 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기소할 때 공소장에는 사건에 관해 법원에 선입견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반면 검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재판 절차상 공소사실 범위와 공모관계 등에 대한 기재만으로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며 “이런 판례에 따르면 이 사건 범행동기나 과정을 특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법관에 예단을 주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위헌심판 제청도 매우 이례적인 주장이고 공판 진행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내용이다”고 지적했다.
유 변호사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4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유 변호사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수석·선임 재판연구관 시절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및 의견서 등을 사건 수임 및 변론에 활용하기 위해 무단으로 들고나온 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