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아치워 재판에 넘겨진 삼성증권 전·현직 직원들이 1심에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주영 부장판사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증권 전 직원 구모씨와 최모씨 등 8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구씨와 최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이모씨와 삼정증권 전 팀장 지모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1000만~2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그러면서 이 부장판사는 ▲회사 측 전산시스템 허점과 입력 실수에서 (사건이) 비롯된 점 ▲구씨 등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거액이 입력되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욕심에 눈 멀어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회사 측에서 인지한 즉시 사내방송이나 개별 문자 메시지 등으로 매도금지 공지를 했다면 손해규모가 상당히 축소되거나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모두 사고처리와 피해 축소에 적극 협조한 점 ▲실제 이익을 취한 것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8명은 지난해 4월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실수로 잘못 전달된 주식을 매도, 회사와 투자자에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잘못 배당된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에 삼성증권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의 매매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대차비를 제공하고 주식을 빌리는 등 92억원의 손해를 봤으며,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으로 일반 투자자도 큰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구씨와 지씨에 대해 징역 4년, 나머지 6명에 대해서도 징역 1~3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구씨와 지씨에게는 각각 벌금 1억원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사태는 일부 직원들이 배당받은 주식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역대급’ 금융사고로 비화했다. 사고 당일 오전 9시35분부터 10시6분 사이 직원 21명이 매도 주문을 했고 여기서 16명의 501만주(약 1820억원) 주문이 체결됐다. 그나마 이 중 5명의 주문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이 여파로 삼성증권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최고 11.68%까지 떨어졌다. 개별 종목 주가가 일정 기준 이상 급변동할 경우 거래를 제한하는 변동성 완화장치(VI)가 7차례나 발동됐다. 투자자들의 혼란은 극심해졌고 실마리를 제공한 삼성증권 측은 사태 수습에 애를 먹었다.
금융감독원은 잘못 입고된 주식임을 알면서도 매도 주문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 2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계약 체결 직후 상사에게 보고하는 등 의도성이 작은 것으로 보이는 13명은 불기소 처분했고, 나머지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