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엄상백. 스포츠동아DB
필승 셋업맨을 넘어서 마무리 투수 후보로까지 거론했지만 결과는 2군행이었다. 엄상백(23·KT 위즈)은 이강철 감독의 엇나간 퍼즐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감독은 엄상백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엄상백은 올 시즌 1군 7경기에 등판해 9이닝을 소화하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14.00을 기록했다. 매 경기 안타를 최소 한 개씩은 허용했고, 실점 없이 등판을 마무리한 건 단 한 번뿐이다.
근본적인 부진 원인은 구속 저하다. 통계전문 웹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엄상백의 올 시즌 속구 평균구속은 142.3㎞다. 등판한 7경기 모두 평균구속이 143㎞에 미치지 못했다. 2018년(147.9㎞), 2017년(146.3㎞) 평균구속에 비하면 4~5㎞ 가까이 떨어졌다.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2015년(141.0㎞)과 비슷한 수준이다. 엄상백은 2017년부터 풀타임 불펜으로 출전하며 전력투구해 구속을 끌어올린 바 있다.
이강철 감독은 “캠프 때부터 구속이 안 좋긴 했다”고 털어놨다. 박승민 투수코치 역시 “아직 몸이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 아픈 부위는 전혀 없다. 아프면 경기에 내보낼 리가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아픈 곳이 없음에도 구속이 나오질 않으니 멘탈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젊은 선수가 많은 KT 투수진에서 분위기메이커이자 든든한 형을 자처했던 엄상백은 말수가 부쩍 적어졌다. 후배들도 “상백이 형이 이렇게 처진 모습은 처음”이라며 아쉬워했다.
더 이상의 1군 등판은 의미가 없었고, 이강철 감독은 6일 그를 1군 말소했다. 2군에서는 선발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것이 선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긴 이닝을 할애해 자신의 것을 찾으라는 배려다. 그를 핵심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파격 배려다. 이 감독은 “불펜으로 1~2이닝 던지면 감각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 2군 등판은 없지만 한 템포 쉬어가는 차원으로, 머지않아 등판 일정이 잡힐 전망이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