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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아랍의 봄’ 재현될까…심상찮은 수단·알제리·리비아

입력 | 2019-04-10 15:59:00

수단·알제리, ‘정권타도’ 反정부 시위 물결
리비아선 8년 전 카타피 몰아낸 퇴역장군 진격




2010년 말~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벌어진 ‘아랍의 봄’ 물결이 8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몰아칠 조짐을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북아프리카의 수단과 알제리에서 비슷한 시기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지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면서다.

아랍국가 내 반정부 시위는 지난해 12월 수단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시위는 정부가 빵 가격을 세 배로 인상한 데 대한 항의로 시작돼 이내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75)에 대한 퇴진 시위로 빠르게 확산됐다.

수단의 반정부 시위는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달 들어 시위가 격화하면서 진압 과정에서 숨진 시위 참가자만 5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후 30년 동안 철권통치를 해온 인물이다. 그는 아랍의 봄 물결이 불던 2011년에도 퇴진 압력을 받곤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시위가 진압되자 없던 일로 하고 지금까지 권력을 붙잡고 있었다.

독재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수단에 이어 알제리에서 분출됐다. 20년간 장기집권한 압델 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82)이 지난 2월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알제리 국민들은 분노를 폭발했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시위대는 지난 두달 동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결국 이달 초 사임을 선언하고 권좌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NYT는 “2011년 아람의 봄 시위를 통해 불었던 희망은 오래 전에 사라졌지만, 그 반향이 다시 한 번 이 지역에서 흐르고 있다”며 “독재정부를 흔들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국가의 공통분모는 8년 전 아랍의 봄 물결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단과 알제리의 시민 시위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8년 전과는 달리 철저하게 ‘비폭력’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비폭력 시위만으로도 독재자의 퇴진을 압박할 수 있고, 특히 정권에 시위 진압 명분을 제공하지 않으려는 판단 때문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아랍의 봄은 리비아에선 다른 모습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지난 4일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을 이끄는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75)이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선언하며 내전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하프타르 사령관은 8년 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일조한 인물로, 2014년부터 리비아 동부를 장악해 정부군에 맞서왔다.

NYT는 하프타르 사령권을 둘러싸고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랍의 봄 이후 8년 동안 이어진 혼란을 수습하고 리비아를 구할 인물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편, 카다피처럼 제2의 독재자를 꿈꾼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