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올 임단협 화두는 ‘일자리’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최근 내놓은 안건 68개 중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 미국 공장 생산중단 및 화성공장 생산’이 포함됐다. 텔루라이드는 올해 기아차가 미국 시장에 내놓은 신차로 조지아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난달에 5080대가 팔리는 등 인기를 얻자 기아차 노조 내부에서 ‘국내에서 차량 생산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데 인기차종을 한국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텔루라이드와 함께 올해 기아차의 유일한 신차인 SP2의 인도 공장 생산 중단 요청 안건도 논의 대상으로 올랐다. 이들 안건이 대의원대회를 통과하면 향후 임단협 요구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 라인을 중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노조도 알고 있다. 그만큼 노조가 글로벌 자동차 판매 감소, 완성차 업계 구조조정,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예민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임단협도 고용안정이 주요 요구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임단협 협상은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사이에 상견례가 열리면서 본격화된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노조 소식지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국내와 해외 공장 실사를 마치고 조합원들의 고용안정 방안 마련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임단협에서 고용안정에 방점을 둔 투쟁 방침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임단협 협상을 두고 사측과 팽팽히 맞서고 있는 르노삼성 노조도 고용안정을 핵심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생산라인의 배치전환 등을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노사 합의 사안으로 해야 한다며 맞서는 것이다.
임금 인상 투쟁에 주력했던 국내 완성차 노조마저 고용안정을 주요 안건으로 꺼낼 만큼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급박하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1만48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포드, 폭스바겐, 재규어랜드로버, 혼다 등이 줄줄이 공장 폐쇄, 생산지 재배치 전략을 추진 중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