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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루라이드 美서 인기에… 기아 노조 “한국서 생산” 요구 움직임

입력 | 2019-04-11 03:00:00

車업계 올 임단협 화두는 ‘일자리’




‘일자리 지키기’가 올해 자동차업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고,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로 자동차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최근 내놓은 안건 68개 중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 미국 공장 생산중단 및 화성공장 생산’이 포함됐다. 텔루라이드는 올해 기아차가 미국 시장에 내놓은 신차로 조지아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난달에 5080대가 팔리는 등 인기를 얻자 기아차 노조 내부에서 ‘국내에서 차량 생산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데 인기차종을 한국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텔루라이드와 함께 올해 기아차의 유일한 신차인 SP2의 인도 공장 생산 중단 요청 안건도 논의 대상으로 올랐다. 이들 안건이 대의원대회를 통과하면 향후 임단협 요구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기아차 사측은 “단체협약에 따라 전 노조 집행부에 텔루라이드를 북미 전용으로 개발·생산한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텔루라이드 미국 공장 생산은 단체협약 위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소형 SUV 신차인 SP2도 국내에서는 7월부터, 인도에서는 9월부터 병행 생산하기로 전 노조 집행부와 사측이 협의했던 상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 라인을 중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노조도 알고 있다. 그만큼 노조가 글로벌 자동차 판매 감소, 완성차 업계 구조조정,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예민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임단협도 고용안정이 주요 요구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임단협 협상은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사이에 상견례가 열리면서 본격화된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노조 소식지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국내와 해외 공장 실사를 마치고 조합원들의 고용안정 방안 마련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임단협에서 고용안정에 방점을 둔 투쟁 방침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임단협 협상을 두고 사측과 팽팽히 맞서고 있는 르노삼성 노조도 고용안정을 핵심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생산라인의 배치전환 등을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노사 합의 사안으로 해야 한다며 맞서는 것이다.

임금 인상 투쟁에 주력했던 국내 완성차 노조마저 고용안정을 주요 안건으로 꺼낼 만큼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급박하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1만48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포드, 폭스바겐, 재규어랜드로버, 혼다 등이 줄줄이 공장 폐쇄, 생산지 재배치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산도 연내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 직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500명을 감원한다고 보도했다. 닛산은 서유럽에 3곳의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판매부진으로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바르셀로나 공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닛산의 유럽 생산지 구조조정은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체포와도 관련이 있다. 곤 회장은 확대판매 노선을 주도했지만 닛산은 유럽 및 북미 시장의 생산거점을 축소한다는 계획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닛산은 자사의 SUV ‘로그’를 생산 중인 한국의 르노삼성에도 올해 위탁물량 40% 감소를 요청한 상태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