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최근 정기 대의원대회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와 소형 SUV SP2의 해외생산 중단을 요구하는 안건을 올렸다. 안건이 대의원대회를 통과하면 사측과의 임·단협 테이블에 정식으로 오른다.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된 텔루라이드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SP2는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텔루라이드의 현지 판매량이 급증하자 노조가 해당 물량을 한국에서 생산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친환경차 생산 확대에 따른 인력 감축이 자동차업계의 최대 쟁점이 된 상황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국내생산을 요구하는 노조의 절박함은 일견 이해가 간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고용안정을 최우선 방침으로 내세운 것도 같은 이유다. 두 회사 노조가 속한 전국금속노조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2030년 현대·기아차의 전기자동차 생산 비중이 25%로 확대되면 인력이 5000여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측은 이 수치를 7000여 명으로 추산해 차이가 있지만 노사 모두 감원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전기차 확산에 맞춘 생산, 고용 구조의 변화로 일자리 돌파구를 찾아야지 노조가 해외생산 중단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경영 간섭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이 뒷걸음치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 둔화 같은 대외 환경과 경영적 요인도 있지만 강성 노조로 인한 고비용·저생산 구조와 노동 경직성을 빼놓을 수 없다. 노조가 이를 해소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해외 대신 국내생산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행태다. 미국 등 각국의 통상압력에 대비해 기업들이 현지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추세에도 어긋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