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주 총리 당 중앙위 직함 얻어…조용원·최선희·현송월 등 ‘승진’ 北 매체, “김정은, 국가 지도기관 구성안 제기”…11일 ‘개편’ 최종 확정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4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주요 인선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노동신문)
북한이 ‘김정은 체제 2기’의 시작을 알리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회의를 앞두고 주요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인선을 단행했다.
11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전날인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4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했다.
북한식으로 ‘조직 문제’라고 표현된 인선은 이번 회의의 마지막 안건으로 논의됐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회의에서 주요 인선에 대한 당의 결정을 추인하는데 관련 논의가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도 나온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새로 ‘위원’으로 호명한 인사들은 김재룡, 리만건, 최휘, 박태덕, 김수길, 태형철, 정경택이다. 이중 김재룡과 태형철을 제외하곤 모두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올랐다.
이들의 직함이던 후보위원에는 조용원, 김덕훈, 리룡남, 박정남, 리히용, 조춘룡이 이름을 새로 올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겸하고 있는 직함이기도 한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해 북한 매체들은 변동이 있었던 사실은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명단을 언급하진 않았다. 현재 당 정치국 상임위원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 4명이다.
당 중앙위원회에는 상당수 변동이 있었다.
또 김명철, 김용수, 양승호, 리담, 리강선, 윤강호, 강철구, 김철수, 리철진, 김광욱, 최병완, 곽창식, 김철, 리길춘, 리형근, 김봉영, 리성국, 박명선, 박종호, 김진용, 박광주, 박명수, 리경일, 최경철, 오춘복이 후보위원에 새로 올랐다.
당 중앙위의 고위직인 부위원장에는 박봉주, 리만건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북한 매체들은 일부 부위원장이 해임됐다고 밝혔으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단행된 인선의 특징으로는 향후 내각 개편 가능성을 들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후 내각을 책임져 온 박봉주 총리는 이번 인선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경제 건설’ 국가 전략을 유지하며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외교적 싸움과 자력갱생을 위한 내부적 투쟁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경제 수장인 박봉주 총리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다만 박 총리의 그간의 입지가 반영돼 그의 당 내 위상이 격상됐을 뿐 총리 직함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주요 국면에서 부각된 인사들의 약진도 돋보인다.
조용원 당 부부장은 이번 전원회의를 계기로 당 제1부부장에 올랐다. 동시에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이름이 호명됐다.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함께 김 위원장을 물리적으로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조 제1부부장은 그간 입지에 비해 낮은 당내 직함으로 ‘그림자 실세’라는 평가까지 받았으나 이번 전원회의를 계기로 실세 간부로서의 입지를 선명하게 확인한 셈이 됐다.
삼지연관현악단의 단장 현송월은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서열이 올랐다. 최근 당 부부장에 오른 것이 확인된 데 이어 승진 가도를 달리는 모양새다.
주요 정상회담을 번번이 수행하는 예술가 출신의 현 부부장의 ‘승진’ 가도로 봤을 때 그가 김 위원장 체제의 선전선동과 관련한 주요할 역할을 맡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올랐다.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위원에 오른 것이 인상적이다.
최 부상은 지난달 14기 대의원 선거에서도 처음으로 대의원에 선출된 바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난항에도 불구하고 외무성 라인의 약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관건은 이날 전원회의에서 결정됐다는 조직 전반에 대한 개편 내용이다. 북한 매체들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동지(김정은)께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 제출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을 비롯한 ‘국가 지도기관 구성안’을 제기했다”라며 “전원회의에서는 상정된 국가 지도기관 구성안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 제출할 데 대해 전원 찬성으로 결정했다”라고 보도했으나 구체적인 ‘구성안’의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대의원 선거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대의원에 선출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역설적으로 국가수반으로서의 그의 입지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번 당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회의를 통해 현재 최고인민회의에서의 선거를 거쳐 구성되도록 돼 있는 국무위원회의 위상을 최고인민회의보다 높게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실제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을 비롯한 ‘국가 지도기관 구성안’이 제기됐다”라는 북한 매체의 이날 보도에 따라 관련 조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이날 북한 매체가 타전한 전원회의 사진에 대해 “작년에는 당 정치국의 상무위원들이 주석단에 같이 올랐는데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이 혼자 올라 있다. 변화가 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 같은 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절차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회의를 이날 개최한다. 구체적인 개최 시각은 공개되지 않았다. 관련 결과는 이날 밤이나 내일(12일) 오전 북한 매체의 보도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