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보니 구름이요, 얼굴 보니 꽃이로세/ 봄바람은 난간을 스치고 이슬은 더없이 영롱하네/ 군옥산 산마루에서나 볼 선녀가 아니라면/ 요대의 달빛 아래서나 만날 선녀임이 분명하네(雲想衣裳花想容, 春風拂檻露華濃. 若非群玉山頭見, 會向瑤臺月下逢·운상의상화상용, 춘풍불함노화농. 약비군옥산두견, 회향요대월하봉). -‘청평조(淸平調)’, (이백··李白·701·762)》
이백이 당 현종 앞에 불려와 지었다는 양귀비 찬가다. 오색영롱한 구름을 연상시킬 만큼 아름다운 의상, 농염한 모란에 비길 만한 어여쁜 열굴. ‘이 봄날 정자 난간에 기대어 꽃구경하는 귀비, 그대는 분명 군옥산이나 요대에 산다는 전설 속의 그 선녀일 테지요?’라 묻는 이백 특유의 도가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시다.
어느 늦은 봄, 모란이 만개했다는 소식에 황제는 양귀비를 대동하고 황궁의 침향정(沈香亭)으로 행차했다. 궁중 가무를 담당하는 이원제자(梨園弟子)들의 공연이 막 시작될 즈음, 황제가 당대의 명창 이구년(李龜年)에게 말했다. “오늘은 귀비와 함께 진귀한 꽃을 감상하는 자리이거늘 어찌 옛 가락만 들을 수 있겠는가?” 황제는 이백을 불러들이라고 했다. 이구년은 황급히 장안 곳곳을 누비다 마침 주점에 곯아떨어져 있는 이백을 찾아냈다. 원래 궁궐 안에서는 누구든 말에서 내려야 했지만 다급했던 이구년은 그를 말에 태운 채 침향정으로 직행했다. 거나하게 취한 채 황제 앞에 불려온 이백이 화들짝 놀라 깨자, 황제가 명했다. “마침 작약(모란)이 만개해 귀비와 함께 완상하러 나왔으니 시 한 수를 지어보라.”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