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금호그룹이 제시한 자구계획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 결론을 내렸다.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금호 측에 이러한 의견을 통보한 채권단은 향후 협의를 거쳐 절차를 밟아 나간다는 방침이다.
11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전날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열어 금호 측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채권단에는 산은을 비롯한 제1금융권 9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산은은 “채권단 회의 결과내용을 금호 측에 전달하고 채권단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산은이 전날 공개한 아시아나항공 자구안에는 박삼구 전 회장의 부인과 자녀의 금호고속 지분 4.8%를 담보로 내놓고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없고, 3년 안에 목표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아시아나 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신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로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호 측이 담보로 내놓기로 한 지분의 시장가치가 2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되고 있어 5000억원을 지원받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호 측이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면 사실상 경영 복귀나 다를게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금융당국도 아시아나항공 매각까지 3년간 시간을 더 달라는 계획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구안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최 위원장은 “박 전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을 한다고 하는데 그럼 뭐가 다른 것인지, 달라진다고 기대를 할 만한 것인지 등을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어떻게 보면 아시아나 항공에 그간 30년 가까운 시간이 주어진 것이었는데 이 상황에서 또 다시 3년을 더 달라는게 어떠한 의미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채권단이 결정하는 기준은 대주주의 재기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아시아나 항공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받은 금호 측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호 측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