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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66년 만에 사라진다…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입력 | 2019-04-11 15:24:00

헌재, 낙태죄 처벌조항 위헌 취지 헌법불합치 결정
임신 초기단계 낙태 허용하는 취지로 국회에 내년 연말까지 법 개정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2019.4.11/뉴스1 © News1


임신 초기단계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는 현행 형법상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2012년 8월 헌재가 같은 조항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6년 8개월여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로써 낙태죄 처벌조항은 1953년 9월 처음 생긴 이래 66년 만에 사라지게됐다.

헌법재판소는 11일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의 ‘자기낙태죄’(269조 제1항)와 ‘의사낙태죄’(270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했다. 다만, 헌재는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하면 생길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위헌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폐지된다.

이날 헌재 결정은 낙태 수술을 69차례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산부의과 의사 A 씨가 “낙태죄는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헌재는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법적 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국가가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시점에 대해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낙태를 허용하는 정확한 시점과 낙태를 허용하는 조검 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위헌 취지의 헌법불합치 다수의견에는 유남석 헌재 소장과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헌법재판관 등 4명이 의견을 냈다.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 등 3명은 “낙태죄 조항이 폐지되더라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어렵다”면서 단순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주심인 조용호 재판관과 이종석 재판관은 낙태죄 처벌조항이 합헌이라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