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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연구 참여한 10인의 韓 연구진 “피·땀 쏟았다”

입력 | 2019-04-11 16:16:00

정태현 연구원 “200명 모두 논문 저자로 이름 올려”
조일제 연구원 “첫 이미지 얻었을 때 환희 감동”



김재영 연구원(독일막스플랑크 전파연구소)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EHT 프로젝트 연구 결과 발표에 따른 언론설명회’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관측된 처녀자리 은하 중심의 M87 블랙홀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9.4.11/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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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연구진(광야오 자오 박사후연구원, 정태현 천문연 연구원, 조일제 천문연 UST 학생, 김재영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연구소 박사)© 뉴스1


인류 역사상 최초로 ‘블랙홀’(black hole)을 관측하기까지 세계 200여명의 연구진들이 피와 땀을 쏟았다. 그 중에서도 이번 연구에 기여한 한국인 연구진 8명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한국기관 소속으로 힘쓴 외국인 연구자 2명까지 포함하면 총 10명이다. 이들은 심지어 남극까지가서 관측 데이터를 얻거나 또 각자의 자리에서 전파 망원경의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딛고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벤트호라이즌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사건지평선망원경) 연구진은 지난 10일 세계 전파망원경 8개로 구성된 가상망원경 ‘EHT’를 통해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있는 ‘M87’ 거대은하 속 ‘초대질량 블랙홀’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빛조차 탈출할 수 없을 정도로 빨아들이는 중력이 강해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블랙홀을 직접 관측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EHT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 8개를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하는 국제협력 프로젝트다. 이로써 이전에 없던 높은 민감도와 분해능을 가진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초대형 우주연구를 위해 전세계 13개 기관, 200여명의 연구진이 협력했다. 이중 한국 연구진도 포함됐는데, 한국천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등 4개 기관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김종수·변도영·손봉원·이상성·정태현 천문연 연구원, 조일제 천문연 UST 연구원, 김재영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연구소 박사, 김준한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 등 8명이며, 중국인 광야오 자오(Guangyao Zhao)한국천문연구원 박사후연구원과 독일인 사샤 트리페(Sascha Trippe)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한국기관 소속으로 온힘을 다했다.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발표됐고, 여기에는 200여명이 저자로 모두 이름을 올렸다”면서 “이 중 누구 하나라도 빠졌더라면 이러한 연구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이번에 연구에 기여한 방식은 동아시아관측소(EAO) 산하 JCMT와 ALMA의 협력 구성원으로서다.

이번 연구를 위해 지구 크기 가상 망원경에 동원된 전세계 8개 망원경은 Δ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Δ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Δ유럽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30m 망원경 Δ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Δ대형 밀리미터 망원경(LMT) Δ서브밀리미터 집합체(SMA) Δ서브밀리미터 망원경(SMT) Δ남극 망원경(SPT)이다.

또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도 이번 연구에 기여했다.

보통 망원경은 최대한 인공빛이나 전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천체 관측에 유리하도록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다. 지상에서의 인공적인 전파가 없는 곳에 망원경을 설치해 온전하게 우주에서 쏟아지는 전파를 받기 위함이다. 또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8개 망원경이 위치한 곳의 날씨가 모두 맑아야만 한다.

이렇다 보니 연구 과정도 고됐다. 김태현 연구원은 “망원경은 보통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하며, 날씨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 항상 긴장을 하면서 관측해야 하는 게 어려운 점”이라면서 “한번 관측할 때 많은 인력과 시간 등이 소요돼 최적의 관측 날짜를 잡기 위한 노력에 공을 들이는 게 쉽지않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관측데이터를 얻고 분석했던 조일제 천문연 UST 연구원은 데이터 분석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 연구원은 “각 지역에서 얻어진 망원경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쉽지 않았다”면서 “이미 망원경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중앙처리센터(슈퍼컴퓨터)에 보내 받은 후 데이터 오류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부분이 어어려웠다”고 꼽았다.

조 연구원은 영상화를 하는 작업에서 첫 블랙홀을 봤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17년 7월24일 미국 보스턴에서 EHT 연구진이 워크숍을 하며 처음으로 블랙홀 이미지를 봤을때의 벅찬 환희와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첫 이미지를 봤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환희로 떨렸다”면서 “그 이후로 조금씩 보정작업을 거쳐서 현재의 그림이 만들어졌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준한 애리조나대 교수는 남극 SPT를 수차례 왔다갔다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2017년도에 남극 기상상황으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지난해도 4차례정도 남극에 다녀왔다”며 망원경 8개가 다 다른 시스템으로 셋팅이 돼있어 이를 하나로 맞추는 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연구자들이 첫 블랙홀 관측에 기여함으로써 앞으로 우리나라의 물리천문계 활성화도 기대가 된다.

손봉원 천문연 박사는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면서 ”앞으로 EHT의 관측에 한국의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 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의 힘은 무엇보다 협력에 있었다는 게 모든 연구진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쉐퍼드 도엘레만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 박사)은 ”우리는 인류에게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 결과는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과학적인 성과“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