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인구 늘리려던 독재 지도자들이 제정" "과거 인구감소 정책 땐 임신중단 모른척" "결혼제도 밖 출산여성들, 오명 쓰거나 소외"
우리 헌법재판소가 11일 형법상 낙태(임신중단)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와 BBC, CNN,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헌재 결정 직후 즉각 보도를 쏟아냈다.
블룸버그통신은 보도에서 임신중단을 제한해온 현행법에 대해 “1950~1953년 한국전쟁 이후 인구를 늘리려던 한국의 독재 지도자들이 제정했다”며 “헌재는 현행법이 여성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여성단체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평가했다.
BBC는 이번 결정을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1953년 이래 임신을 중단한 여성은 성폭행이나 근친상간, 건강상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곤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수감될 수 있었다. 한국은 임신중단이 범죄로 취급되는 몇 안 되는 선진국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CNN은 “많은 나라에서 임신중단은 의료보험 지원이 가능한 간단한 의학수술”이라고 지적했다. 또 “결혼하지 않은 산모에 대한 사회적 오명은 여성들이 임신중단을 시도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라며 “최근에도 결혼제도 밖에서 아이를 낳는 여성들은 소외당하거나 가족제도의 지원이 차단되곤 한다”고 한국의 출산 현실을 지적한다.
우리 형법 269조1항과 270조1항은 임신중단과 관련해 각각 시술을 받은 여성과 행한 의사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그러나 해당 조항들은 임신중단 직접 피의자를 ‘부녀’와 ‘의사’로 한정, 이성 간 성교의 결과인 임신과 그 중단의 책임을 여성 및 행위담당자인 의사 등에게만 전가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울러 임신중단 문제를 여성과 태아 간 권리다툼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임신이 이성 간 성교의 결과임에도 남성의 책임을 배제하고 여성을 일방적 가해자로 설정, 손쉬운 비난과 처벌의 대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남성을 제외하고 여성만 처벌하는 규정으로 인해 낙태죄가 이별 등으로 앙심은 품은 남성의 보복성 신고에 악용되거나, 강제로 만남을 지속하기 위한 협박거리로 이용된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해당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필요한 정도를 넘는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 국가의 인구정책에 따라 낙태죄 실제 가동 여부가 좌우돼왔다는 점, 태아 생명 보호와 무관하게 남성 또는 주변인의 복수 등 수단으로 악용됐던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