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벤치에서 뭔가 손 쓸 여지를 주지 않은 경기였다. 연이틀 하이라이트 필름을 장식할 환상적인 호수비를 해냈지만 결정적인 순간 치명적 실책으로 패배를 자초했다. 말 그대로 ‘미스&나이스’였다. 화려함 뒤 숨은 KT 위즈의 ‘클러치 에러’가 연승을 막았다.
KT는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0-5로 패했다. 삼성 선발 저스틴 헤일리가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하며 8이닝 11탈삼진 역투를 펼쳤으니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KT 선발투수 금민철도 헤일리 못지않게 잘 던졌고 경기 양상은 팽팽했다.
한두 점 싸움에서 패한 원인은 수비였다. 수비의 화려함에서는 KT 쪽이 앞섰다. 4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구자욱은 금민철 상대로 장타성 타구를 생산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듯했고, 1루 베이스를 돌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워닝 트랙에서 타구를 한참 지켜보던 중견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완벽한 타이밍에 펄쩍 뛰어올라 캐칭에 성공했다. 기쁠 때나 분할 때나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금민철도 보기 드문 미소로 로하스에게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 금민철은 0-0으로 맞선 7회 2사 후 강민호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후속 김동엽을 3루 쪽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3루수 황재균이 강습타구를 더듬었고 결국 주자가 모두 살았다. 뒤이어 이학주와 김헌곤의 적시타로 삼성이 2-0으로 앞서갔다. 타구가 워낙 강해 처리가 쉽지는 않았지만 리그 정상급 3루수로 꼽히는 황재균이었기에 다소 아쉬웠다.
8회에도 마찬가지였다. 무사 1·2루, 이원석이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2루 주자 구자욱은 여유 있게 홈 세이프가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로하스가 욕심을 냈고, 타구를 뒤로 빠뜨렸다. 구자욱은 물론 1루주자 러프마저 홈을 밟았고 타자주자 이원석은 3루까지 향했다. 뒤이어 이원석까지 홈을 밟아 8회에만 3실점, 0-5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사실상 승기를 내준 순간이었다.
KT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팀 실책 최다 1위였다. 지난해는 최저 공동 4위로 눈에 보이는 순위는 올랐지만, 여전히 내·외야의 집중력은 아쉬웠다. 올해는 하이라이트 필름에 나올 한두 장면의 호수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처럼 어이없이 흐름을 내주는 실책이 이어진다면 승리 확률은 낮아진다. 화려함보다 기본이 필요한 순간이다.
대구|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