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00년맞이 기획 가짜뉴스와의 전쟁]가짜뉴스 범람 막으려면 서울대 ‘SNU 팩트체크센터’ 등 대학-언론사 협업모델 대안 부상 가짜뉴스 판별 AI기술도 연구중… 유통-소비 창구 포털의 책임 중요
지난해 10월 나영석 PD와 배우 정유미의 불륜설이 일반인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진 시간은 단 3일. 일부 방송작가가 만들어낸 ‘지라시(사설 정보지)’는 70여 개의 카톡방을 거쳐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이 소문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고 일부 인터넷 뉴스로 재생산됐다.
국내 가짜뉴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가 2017년 발표한 ‘가짜뉴스 유통 현황과 이용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19.7%가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접했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해당 정보를 SNS에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최근 SNS 기업들이 알고리즘 변경 등을 통해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작업을 하자 채팅방이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급부상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가짜뉴스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온라인 공간에서 허위 정보를 생산, 유통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7년부터 강해졌다. 이에 2017년 이후 가짜뉴스와 관련한 22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지난해 10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악의적 의도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 계획적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 처리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수사와 처벌을 강조했다.
차미영 KAIST 전산학부 교수팀은 단어, 어절 등 뉴스에 담긴 정보 패턴을 머신러닝(반복적인 기계 학습)으로 분석해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연구 중이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는 본보와 공동으로 가짜뉴스 체크리스트를 제작하는 한편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등 가짜뉴스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뉴스 유통, 소비가 주로 이뤄지는 포털의 역할론도 대두된다. 구글은 가짜뉴스로 판정된 경우 해당 기사를 검색하면 ‘거짓’이라고 명시하고 신뢰 지표를 도입해 검색 시 언론사의 신뢰도에 따라 기사가 배열되는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하지만 국내 포털은 자체적인 가짜뉴스 대응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네이버 카카오 등 9개 회원사 사이트에서 언론사, 언론인을 사칭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콘텐츠에 대해 심의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에는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포털에 가짜뉴스가 게재됐을 때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언론사도 팩트체크의 필요성과 기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호 연구위원도 “팩트체크를 열심히 해도 노출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된다. 팩트체크 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포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