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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대한민국 임시헌장’서 시작한 헌법 100년史

입력 | 2019-04-13 03:00:00

◇100년의 헌법/한인섭 지음/356쪽·1만5000원·푸른역사




1919년 4월 10일 29명의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들이 중국 상하이 한 다락방에 모여들었다. 밤샘 토의 끝에 이들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로 하고, 10개조로 구성된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한다.

먼저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함”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군주가 없는,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국가로의 전환을 못 박은 것이다. 뒤이어 3조를 통해 “남녀·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는 자격을 획득했고, 5조에서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가지게 됐다. 9조 “생명형·신체형 및 공창제를 전폐”한다는 선언을 통해서는 반문명적인 형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단순한 100년 전 에피소드가 아니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쓰여 있다. 즉, 대한민국의 헌법 계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출발점에 바로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있다.

2019년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인 저자는 이에 더해 ‘대한민국 헌정사 100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헌법의 역사, 의미, 가치 등을 촘촘하게 풀어냈다.

저자가 꼽는 우리 헌법의 핵심 단어 가운데 하나는 ‘3·1운동’이다. 1948년부터 현행 헌법까지 9차례 개헌이 있었지만 ‘3·1운동’은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평등하게 두루 참여해 전개한 비폭력 만세운동이자 5000년 군주정치를 타파한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1962년 5차 개헌에서 헌법 전문에 반영된 뒤 5공화국 시절 사라졌다가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부활한 ‘4·19민주이념’ 역시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00년간 굳건히 이어 온 대한민국 헌법의 진면목을 알려주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