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헌법/한인섭 지음/356쪽·1만5000원·푸른역사
먼저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함”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군주가 없는,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국가로의 전환을 못 박은 것이다. 뒤이어 3조를 통해 “남녀·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는 자격을 획득했고, 5조에서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가지게 됐다. 9조 “생명형·신체형 및 공창제를 전폐”한다는 선언을 통해서는 반문명적인 형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단순한 100년 전 에피소드가 아니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쓰여 있다. 즉, 대한민국의 헌법 계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출발점에 바로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있다.
저자가 꼽는 우리 헌법의 핵심 단어 가운데 하나는 ‘3·1운동’이다. 1948년부터 현행 헌법까지 9차례 개헌이 있었지만 ‘3·1운동’은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평등하게 두루 참여해 전개한 비폭력 만세운동이자 5000년 군주정치를 타파한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1962년 5차 개헌에서 헌법 전문에 반영된 뒤 5공화국 시절 사라졌다가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부활한 ‘4·19민주이념’ 역시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00년간 굳건히 이어 온 대한민국 헌법의 진면목을 알려주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