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단련, 대학생 채용시기 정한 ‘취업활동규칙’ 폐지 추진 IT업계, 필요할 때마다 인재 뽑아… 美-英-홍콩 등도 상시채용 자리잡아
한국과 함께 세계에서 ‘유이하게’ 대기업 일괄 공개채용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도 서서히 공채 제도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르면 2021년부터 일본의 취업활동 진풍경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채 폐지 필요성은 일본이 우리보다 한발 앞서 논의돼 왔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인력을 대량으로 뽑아 일괄 배치하는 공채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일본 경단련(經團連) 회장은 지난해 10월 일본의 ‘취업활동규칙’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취업활동 규칙은 1953년 일본 경제계와 대학 측이 맺은 일종의 구인구직 협정이다. 3월까지 예비 대졸자를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열고 4∼6월에 채용면접을 진행해 10월 무렵에 입사자를 내정하는 시스템이다. 경단련 측은 회원 기업 1400여 곳에 일률적으로 해당 지침을 따르도록 권고해왔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몰락한 일본 경제를 일으켜 세웠던 종신고용, 연공임금제와 맞물려 일본형 고용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현재 일본 대학 2학년생이 졸업 예정자가 되는 2021년부터는 기업들이 알아서 인재를 뽑게 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제도 폐지가 학생과 기업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시대 흐름을 막을 순 없었다.
최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권고 사항을 지키지 않는 회원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규칙을 지키면 불리해진다’는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단련에 속하지 않은 정보기술(IT) 업체, 외국계 기업들이 수시 채용을 하면서 회원사보다 더 빨리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취업활동 규칙 폐지의 필요성을 키웠다고 평가한다. 대표적 예가 소프트뱅크다. 경단련 회원사지만 4년 전부터 수시 채용제로 인재를 뽑고 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미주 지역을 비롯해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도 상시 채용이 일반화돼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