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투표 실시 3845명 참여…'66% 찬성' 통과 과거 학교 소유 노예 후손 위한 기금 마련 목적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명문 사립 조지타운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당국을 향해 매학기 등록금에 27달러20센트(약 3만1000원)씩 더 내게 해달라는 이색 투표를 실시해 통과시켰다.
CNBC 메이크잇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조지타운대 학생들은 전날 ‘등록금 더 내기’ 투표를 실시해 66%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투표에는 3845명의 학생들이 참여했고, 2541명이 찬성했다.
투표는 강제력 없이 자발적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이 비록 적은 액수지만 매학기 돈을 더 내겠다고 한 이유는 1800년대에 이 대학이 소유했던 노예들의 후손에 지급할 배상금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다.
토드 올슨 조지타운대 부총장은 성명에서 “투표에서 우리 학생 3845명이 목소리를 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조지타운대학 당국과 학생들은 이렇게 모여지는 기금을 여전히 빈곤한 소외지역에 거주하는 노예의 후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학교측은 2020년 가을학기부터 7000명의 학부생들로부터 1인당 27달러20센트씩 더 받아 학기당 19만400달러, 연간 38만800달러를 조성할 계획이다.
2019-2020 학년도 조지타운대학의 한 학기당 등록금은 2만7720달러이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1838년 이 학교가 자금난으로 궁핍해졌을 때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했던 예수회 성직자들은 이 농장에 있던 노예들을 팔았다.
이렇게 노예가 팔려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노예 가족이 타의에 의해 헤어지는 비극을 초래했고, 수백명이 끔찍한 상황에 처했다. 이렇게 해서 학교측이 마련한 자금은 오늘날의 화폐가치로 약 330만달러이다.
학생들이 학기당 27달러20센트씩 더 내겠다고 한 것은 오래 전 학교 운영을 위해 비극적 삶으로 내몰렸던 노예들과 그 후손들에게 진 빚을 조금씩이나마 갚아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로스앤젤레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