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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테니스광 안효영 교장 “건강은 덤, 전국 친구들 만나는 재미 쏠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19-04-13 14:00:00


“서울에서 오셨어요?”

5일 충북 청주시 충북테니스코트를 찾았을 때 한 어르신이 자전거를 세우며 물었다. “네, 안효영 선생님을 찾아왔습니다”했더니 “접니다”라고 했다. 깜짝 놀랐다. 한국나이 92세의 테니스 마니아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정정해 보였다.

안효영 전 청주농고 교장(91)은 청주이순(耳順)테니스회에서 가장 나이가 많음에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연식정구로 시작해 60년 넘게 공을 치면서 다져진 탄탄한 체력이 왕성한 활동의 원동력이다. 요즘도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테니스를 친다. “눈비가 오지 않으면 매일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날도 일부 회원들이 나오지 않자 전화를 걸어 “왜 안 나오는 거야? 뭐 감기라고? 그러니 관리 잘해야지~”하며 끊기도 했다. 안 교장은 이날 청주이순테니스회 노병하(87) 정인명 회원(81) 등과 테니스를 치고 점심 식사를 함께 한 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100세를 바라보는 안효영 씨(가운데)는 매일 노병하(오른쪽) 정인명 등 충북이순테니스회 회원들과 테니스를 치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고령에 자전거를 자유자재로 탈 수 있다는 것은 체력은 물론 균형 감각, 인지 능력 등 모든 신체능력이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객원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이사)는 “90세 넘어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선 균형감각은 기본이고, 오감으로 상황을 인식해야 하고, 장애물 등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 피하기 위해선 신경반응 속도도 빨라야 한다. 아주 건강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안 교장은 평생 테니스를 치며 즐거움과 건강을 찾고 있다.

“서울대 농대에서 교직과목을 수강하고 1952년 진천농고(충북)에서 교직을 시작했다. 한 30세 정도 됐나…. 선배들이 연식정구를 치는데 재밌어 보여 배우기 시작했다. 너무 좋았다. 연식정구와 테니스는 혼자서는 할 수 없고 꼭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최소 2명은 있어야 한다. 또 짝을 이뤄 복식을 쳐야 하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는데 더 없이 좋았다. 내가 당시 지역 교사들하고 친분이 두터웠는데 모두 테니스 덕분이었다.”

안 교장은 1973년 고 민관식 전 문교부 장관이 학교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테니스로 바꿔 치기 시작했다.


“민 장관께서 속리산 쪽 행사에 가다가 우리 학교에 잠깐 들렀다. 교장실에 연식정구 라켓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고 ‘저거 누구 것입니까’고 묻기에 ‘제 것입니다’했더니 ‘이제부터 소프트 말고 하드로 바꿔서 해보세요’라고 조언했다. 당시엔 테니스 라켓이 귀할 때다. 그래서 해외에 다녀오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라켓을 구비해 테니스를 치게 됐다.”

고 민 장관은 소강배중고테니스대회를 만들 정도로 테니스에 열정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다. 안 교장은 “교직에 있을 땐 방과 후에 교사들과 매일 테니스를 쳤다. 1993년 정년퇴직한 뒤엔 은퇴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테니스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장은 1993년 2월 모교인 청주농고에서 정년퇴직한 뒤에는 테니스를 치면서 ‘청주백년회’, ‘청주이순테니스회’ 등을 동호회를 만들어 주도적으로 끌고 나갔다. 2000년대 초반 청주이순테니스회를 조성해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동호회 이름으로 직지배 동호인테니스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사실 난 건강을 위해 연식정구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당시 갓 30대였기 때문에 건강엔 자신이 있었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큰 병 없이 건강한 것을 보면 테니스를 쳤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난해 5월 열린 제10회 아천배슈퍼시니어테니스대회 85세 이상부에서 우승한 안효영 전 청주농고 교장(오른쪽에서 세번째).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제공.

테니스를 치다보니 건강은 덤으로 왔다. 그는 지금도 각종 동호인테니스대회에 출전해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5월 제10회 아천배슈퍼시니어테니스대회와 9월 제30회 코리아오픈 시니어 전국테니스대회 85세 이상부에서 우승했다. 90세 이상부가 없어 85세 이상부에 출전해 거둔 성과였다. 동호인테니스대회에는 복식만 있는데 현장에서 파트너를 추첨으로 뽑기 때문에 안 씨의 우승은 더욱 빛난다. 매일 함께 연습한 파트너가 아닌데도 우승을 할 정도면 체력은 기본이고 기술도 능수능란하다는 뜻이다.

“우승하고 예선 탈락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아직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전국에서 오는 테니스 친구들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의 아무개, 대구의 아무개, 수원의 아무개 등 대회 현장에서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테니스를 하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이다.”

안 교장은 연간 20여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그는 청주이순테니스회 회원들은 물론 전국 테니스 동호인들과의 끈끈한 유대관계에서 얻는 즐거움이 크다고 했다.

“테니스의 가장 큰 장점은 친구 사귀는 것이다. 테니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또 나이 들어 병들면 어떻게 이렇게 돌아다니겠나? 내가 100세를 바라보며 아직도 이렇게 건강하게 사는 원동력엔 테니스가 있다. 현재 살아 있는 내 친구는 거의 없다. 살아 있어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자리보전하고 있다. 그게 사는 것인가? 나도 언제 갈지는 모른다. 하지만 오늘 테니스 치고 내일 죽는다 해도 여한은 없다. 지금까지 팔팔하게 잘 살았기에….”

안 교장은 동호인테니스 계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최고령이다. 1, 2년 연장자가 있기는 하지만 이제 대회 출전은 못하고 있다. 청주이순테니스회 정인명 회원은 “3월 충주에서 전국시니어테니스대회가 열렸는데 동호인이 600명이 넘게 나왔다. 그중 안 교장 선생님이 가장 고령이다. 테니스 기술도 뛰어나다. 네트 넘어가다 뚝 떨어지는 드롭샷은 그 어느 누구도 받아내지 못 한다”고 말했다. 안 교장은 각종 시니어랭킹에서 전국 2~3위를 유지하고 있다.


안 교장이 보는 100세 시대 건강법은 뭘까.

“다동(많이 움직이는 것), 즉 운동이 중요하다.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은 훨씬 건강하다. 병이 나도 일찍 털고 일어난다. 체력이 뒤받침 되기 때문이다. 운동하면 사람도 사귈 수 있다. 나이 들어 소외되면 고독하다. 외롭게 지내는 사람들 오래 못 간다.”

안 교장은 테니스 외에 다른 운동은 하지 않는단다.

“테니스만으로도 건강 유지는 충분하다. 다만 새벽에 일찍 일어나 자리에서 몸의 여러 부위들을 돌리고 스트레칭 체조 등으로 10분 정도 몸을 풀어준 뒤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 4시30분에서 5시에 일어나 저녁 9시30분에서 10시에 잠자리에 든다.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 평생 이렇게 살고 있다. 나이 들면 음식도 조금씩 천천히 먹어야 한다. 주 2, 3회 고기도 먹는다. 단백질을 섭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는 정기적인 의료 검진도 강조했다.

“솔직히 나이 들면 언제 갈지 모른다. ‘안녕하셨습니까’란 인사가 왜 나왔나. 저녁 잘 먹고 자다가 가는 사람도 많아서 그렇다. 건강하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몸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늘 체크해야 한다. 난 우리 막내아들이 의사라 1년에 1, 2번은 꼭 정밀검사를 받는다. 그 전에도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을 찾는다.”

안 교장의 2남2녀 중 막내아들인 안용진 안용진내과의원 원장(61)은 “우리 아버지는 집안의 자랑이다. 건강하게 즐겁게 사시는 모습이 너무 좋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테니스를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교장은 ‘100세 시대’에 딱 맞는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살고 있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