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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주식논란’ 여론몰이·흠집내기 안돼”…우려하는 법조계

입력 | 2019-04-13 14:46:00

“배우자 거래 부적절 수준·본인 가담 정도 따져야”
15일 청문보고서 시한…“흠집내기 휘말려선 안돼”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4.10/뉴스1 © News1


주식 과다보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부정 거래 의혹을 받아온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49·사법연수원 26기)의 임명 강행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 보유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려운 데다 내부정보 활용 의혹 역시 주로 이 후보자 남편과 관련된 것인 만큼 배우자의 문제가 공직 취임의 부적격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차분하게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에서다.

또한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으로서 자질이나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게 본질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주식’ 문제만 부각된 점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헌법 재판관 후보자가 단타 매매 투자로 재산을 증식한 게 과연 적합한지와 이 후보자 부부가 미공개 내부정보로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 부부는 전 재산 42억6521여만원 중 주식을 35억4887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부부가 판사 재직 시절 OCI 계열사 주식을 소유하면서 해당 기업들과 관련된 재판을 맡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기업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단 법조계에선 이 후보자의 주식 과다보유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수십억대 주식 보유가 다소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더라도 판사 출신 변호사인 이 후보자의 배우자 오충진 변호사(51·사법연수원 23기)의 연봉이 5억여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무리한 재산 증식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 변호사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5년간 소득을 합하면 보유주식 가치보다 훨씬 많다”며 “부동산 투자보다 주식 거래가 건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짧은 생각이 결과적으로 후보자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 너무나 미안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직 대법관은 13일 뉴스1과 통화에서 “오 변호사의 연봉은 여타 전관 변호사들의 평균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적은 수준”이라며 “이들 부부 모두 훌륭한 판사로 당연히 대법관 헌법재판관 후보였는데 오 변호사가 자녀 교육 등 가정 경제를 책임지겠다고 법복을 벗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타 주식투자에 대한 비판 역시 헌법재판관에게 지나치게 까다로운 도덕적 기준을 요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번돈을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느냐에 대해 비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직 고위법관은 “헌법재판관이라고 해서 옛날 독립투사처럼 재산관리를 다 내팽개치라고 할 순 없다”며 “재산이 별로 없거나 재산이 있어도 고이 묻어놓는 사람을 헌법재판관으로 선호해야 한다는 것도 넌센스”이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이랑 주식을 적절하게 했으면 괜찮은 것이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공직 후보자가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에 책임을 지는 건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부정보 활용 의혹과 관련된 대부분 주식 거래는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 변호사와 관련된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 후보자에게 관련 의혹에 책임을 묻기 전에 오 변호사의 주식거래가 어느 수준으로 부적절한 행위가 되는지나 이 후보자가 해당 거래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금융당국 조사로 사전정보를 활용했거나 불법행위가 있으면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한 만큼, 임명하고 금융당국의 조사를 본 이후에 임명 적정성을 판단하자는 입장이다. 청와대도 야권의 지명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논란에 묻혀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으로서 능력과 자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이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던 전직 대법관은 “이 후보자는 제가 대법원 있을 때 지켜봤는데, 법관으로서 일하는 자세나 특히 노동문제 등에 대해선 굉장히 탁월하고 전문성이 있었다”며 “이 후보자의 그런 사실들을 다 도외시하고 논란이 자꾸 다른 쪽에서 커져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대법관도 “이 후보자는 노동사건들 할 때 몇 번 보고 했는데, 참 마음에 들게 일을 하더라”면서 “차분하고 깔끔한 데다 굉장히 순수한 사람으로, 일을 아주 진국으로 한다고 할까 마음에 들어서 (이 후보자가 지명돼) 나는 ‘잘됐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문제가 돼) 깜짝 놀랐다”라고 했다.

전직 여성 고위법관은 “이 후보자가 계속 고사를 하다가 주위 분들의 설득 끝에 결심한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명예가 훼손당하는 상황이면 본인이 얼마나 후회를 하겠느냐”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청문보고서 채택 절차를 마쳐야 한다. 지난 26일 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문형배·이미선 후보자는 14일까지 보고서가 채택돼야 한다. 다만 14일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15일까지로 연장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사청문회가 헌법재판관 직무수행 능력 검증보다는 여야 정쟁으로 접근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사실관계가 분명히 해명되기 전에 여론몰이나 흠집내기에 휘말려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전날 이중 본인 명의 6억7000만원 상당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이 후보자의 남편 역시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는 경우 보유 주식을 모두 조건 없이 처분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