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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 “前조선 기자, ‘장자연 성추행’ 현장에도 없던 H에 덮어씌웠다”

입력 | 2019-04-14 07:21:00

윤지오, 저서 '13번째 증인'에서 고백
14일 북콘서트 열어…캐나다행 예정
장자연 문건, 참고인 조사 과정 언급
언론인 '혼동' 지목…5차 조사때 정정
검찰조사 '이름 번복' 이유 집중추궁
심지어 경찰단계에선 최면수사까지
13번째 증언…"죄 덮어씌우려 했다"
조씨, 혐의 부인…"강제추행 없었다"




 배우 윤지오씨가 고 장자연씨를 술자리에서 성추행한 언론인 이름을 경찰 수사단계에서 잘못말해 한 차례 번복한 사실이 있었다고 자신의 책에서 밝혔다. 윤씨가 이런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씨는 기억 혼동으로 성추행 언론인 이름을 H씨라고 잘못 말했고, 수사 초기에 이를 바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윤씨가 진술 번복을 통해 술자리 성추행범으로 수정 지목한 인물은 전직 조선일보 기자였다.

윤씨는 특히 H씨는 아예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없었다며 오류를 고쳤지만, 전직 기자는 오히려 H가 장씨를 성추행했다면 누명을 씌웠다고 책에서 기술했다.

윤씨는 최근 출판한 자신의 책 ‘13번째 증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씨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관련 내용을 육성 증언할 계획이다. 북콘서트 이후에는 거주지인 캐나다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 250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21개장으로 구성돼 있다. 윤씨가 연예계에 발을 들인 과정 등 개인사를 비롯해 2007년 가을 무렵 장씨를 만난 장면,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이른바 장자연 사건 관련 경험과 소회 등이 담겨 있다.

윤씨 책에 따르면 그는 장씨가 숨진 지 8일 만인 2009년 3월15일 첫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는 이른바 ‘장자연 문건’ 등으로 인한 사회적 이목이 한창 쏠리고 있던 때였다.

윤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지난 2008년 8월5일 술자리에 장씨와 함께 있었으며, 그 자리에서 장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같은 해 3월18일 2차 경찰 조사에서 윤씨는 장씨를 성추행한 사람으로 언론인 H씨를 댔다.

이후 4차 조사에 이르기까지 윤씨는 성추행 당사자를 H씨로 지목했다. 그런데 다음 조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2009년 4월14일 5차 참고인 조사에서 경찰은 윤씨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사람을 찾아보라”며 짧은 동영상 2편을 제시했다.

윤씨는 첫번째 동영상 속 남자를 지목했고, 경찰은 “이 사람이 맞느냐”고 재차 확인했다. 이때 윤씨는 그간 본인이 H씨로 지목했던 인물이 실제 H씨가 아닌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였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2003년 조선일보를 퇴사한 뒤 정치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진 조씨는 현재 장씨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또 5차 조사에서 윤씨에게 유리창 너머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H씨의 모습도 보여줬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윤씨는 “당연히 그 안에 있던 사람은 성추행을 저지른 사람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그간 본인이 진술을 잘못했음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5차 조사에서야 결국 성추행을 저지른 사람과 그의 이름이 제대로 맞춰지게 됐다”고 언급하면서 그 뒤로는 일관되게 사건 당사자를 조씨로 진술했다고 적었다.

이후 이뤄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윤씨는 당사자를 H씨에서 조씨로 바꾼 경위에 대해 집중적인 추궁을 받았다고 기술했다.

당시 검찰은 윤씨가 경찰에서의 조사, 최면수사 과정에서 언급한 인물의 키가 실제 조씨의 키와 다르다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진술 신빙성을 의심했다고 한다.

윤씨는 검찰이 ‘혹시 수사를 하던 경찰이 생일파티에 참석한 사람 중 H씨는 없었고 C(조씨)가 있었다는 말을 해서 조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고도 했다.

또 검찰이 ‘경찰에서 진술했던 사람의 인상착의를 보면 C(조씨)보다는 H에 가까우며, H를 진짜 범인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기술했다.

‘H를 범인으로 지목하다가 그가 2차 생일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을 알고 기존에 해왔던 진술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사실과는 다른 진술을 한 것은 아니냐’는 추궁도 있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윤씨는 일관되게 당사자는 H씨가 아닌 조씨로 진술했다면서 “오로지 내 기억 속에 있는 범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C(조씨)를 지목했던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 밖에 윤씨는 장씨 사망 이후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봤으며, 당시 장씨 친언니가 “글씨체가 다르다”고 말했고 문건은 소각했었다는 내용을 책에 담았다.

또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면수사를 받았던 경험과 조씨 등과 있었던 대질신문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다. 검찰에서 K씨 지인 B씨 관련 조사를 받았던 내용 등을 언급했다.

윤씨는 2009년 수사 결과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경찰은 2009년 7월10일 수사 대상 20명 가운데 7명을 사법처리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검찰은 2009년 8월19일 김씨 등 2명만을 기소했다. 조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약 9년이 지난 2018년 5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을 재수사할 것을 권고했고, 검찰은 조씨를 지난해 6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윤씨는 이 사건 재판에서 책에 언급한 13번째 증언을 했다.

윤씨는 법정에 선 기억을 책에 담은 부분에서 “결국은 또, 내가 성추행을 했다고 지목한 인물이 애초에는 H였다가 C(조씨 지칭)로 변경됐다는 그 대목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 “재수사 과정에서 C(조씨)가 나를 제외한 나머지 참석자들과 진술을 짜맞추고 거짓말을 반복한 것이 드러났다”는 주장도 기록했다.

그는 “C(조씨)는 H에게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 생일 파티에 참석해 자신과 서로 통성명을 나눴고, 장자연이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다가 자신을 향해 넘어지자 옆에 있던 H가 성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고도 주장했다.

조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씨 측은 지난해 11월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제추행 혐의 1차 공판에서 “술자리는 참석했지만 강제추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