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 화성시에 방치 폐기물이 쌓여있다. 화성=김재명기자 base@donga.com
“어어어어!” 기자의 발이 쑥 빠졌다. 4일 오후 경기 화성시의 한 공사현장 인근. 높이 5m가량의 철판 가림막 사이에는 폐기물 ‘산’이 숨어 있었다. 누렇게 때가 탄 스티로폼, 쇠막대, 냉각탑 충진재 등이 쌓인 곳으로 올라가려다 발이 빠지면서 휘청댔다. “그 안에 어떤 폐기물들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조심하세요!” 임양선 경기도 환경국 자원순환과장이 소리쳤다.
기자가 발을 빼자 먼지가 훅 일어났다. 폐기물 더미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먼지가 풀풀 날렸다. 아무런 여과장치가 없다 보니 이 먼지는 고스란히 인근 주민들의 폐로 들어갈 것 같았다. 이 곳 폐기물 산의 무게는 2200여 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에만 이런 식으로 방치된 불법 폐기물이 69만t에 달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불법 폐기물 전수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전국 곳곳에 쌓여 있는 불법 폐기물 양은 120만3000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폐기물을 치울 책임자가 있거나 재사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결국 쓰레기를 치우는 데 국민 혈세를 써야 한다. 올해 환경부의 관련 예산은 58억 원이다.
4일 경기 화성시에 방치 폐기물이 쌓여있다. 화성=김재명기자 base@donga.com
그러나 불법 폐기물들은 쌓여 있는 것 자체로 상당량의 비산 먼지를 일으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야적된 폐기물에서 불이라도 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적법한 폐기물이 아니다보니 어떤 물질이 얼마나 폐기돼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불법 야적장에는) 불에 타기 쉬운 물질들이 많아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며 “화재 중 발생하는 재와 다이옥신, 질소산화물 등이 대기 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4일 경기 화성시에 방치 폐기물이 쌓여있다. 화성=김재명기자 base@donga.com
폐기물 처리가 지연되면서 불안한 건 지역 주민들이다. 화성시의 한 주민은 철판 가림막 사이로 삐져나온 폐기물 더미를 가리키며 “장마철에 비라도 오면 저기서 어떤 나쁜 성분들이 땅으로 흘러들지 모르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바람이 심한 날에는 폐기물 산에서 뿌연 먼지가 날아온다. 하루빨리 처리해야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을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