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오선진.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어느덧 서른 살, 프로 경력은 12년째. 그러나 화려한 조명을 오로지 홀로 독차지하는 주연배우는 아니었다. 주연을 빛내는 조연의 기회조차 흔치 않았던 10년여의 세월. 그렇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는 동안 자신은 물론 팀에도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질 않았다.
한화 이글스 내야수 오선진(30)의 2019년은 벌써부터 파란만장하다. 한화의 2019시즌 초반 행보 또한 마찬가지다. 개막 직전부터 이탈자가 나오더니 주전 유격수 하주석(25)은 덜컥 왼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다. 수술대에 오른 하주석은 ‘시즌 아웃’ 부상자로 등록됐다. 주전 유격수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오선진에게 주어졌다.
오선진의 2019시즌은 2군에서부터 시작됐다. 일본 오키나와의 1군이 아닌 고치의 2군 스프링캠프로 향했다. 몇몇 신인들도 1군 캠프에서 출발하거나 도중에 긴급 호출을 받았지만, 40일 가까운 시간을 그는 오로지 고치에서만 보냈다. 시범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팬들에게는 물론 감독에게도 ‘잊혀진 선수’가 되는 듯했다.
‘다용도 선수’는 지금 한 자리에만 고정돼 있다. 얼마나 감당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유격수가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유격수로 꾸준히 나간 적이 없어” 부담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역할을 단순화하고 있다. 수비에선 “호수비(를 펼치기)보다는 쉬운 볼을 놓치지 않고 처리하려고 한다”는 의지뿐이다. 타석에선 “볼을 오래 보면서 어떻게든 삼진을 안 당하고, 9번타자니까 상위타선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한다”는 자세다(1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시즌 처음으로 리드오프를 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유격수는 오선진의 주 포지션이다. 후배가 크게 다치면서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누군가에게는 불운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행운일지 모른다. 그러나 부상당한 누군가의 자리에 임시로 들어갔다는 생각 때문인지, 또 다른 누군가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면서도 좀처럼 웃지를 못하고 있다. “(하)주석이 자리를 잘 메우고, 큰 실수 없이 하는 게 목표”라는 말만이 오선진의 입가를 맴돌고 있다.
14일까지 18경기에서 오선진은 타율 0.341(44타수 15안타), 7타점에 수비실책 2개를 기록 중이다. 요즘도 틈만 나면 오른 허벅지에 아이싱을 하고 한 경기 한 경기 치러내고 있는 그가 최선을 다한 노력의 흔적이자, “하루하루 내가 할 것에만 집중한다”는 굳은 다짐을 착실히 실천한 결과다. 빛나는 조연까지는 아니어도 믿고 보는 조연, 씬 스틸러(Scene Stealer)로 자리 잡는 오선진의 2019시즌을 기대해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