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바이오 인증’ 시대 착착… 기계 위에 손바닥 대면 인출 가능 고령 이용자들 더 쉽게 은행 거래… 금융위, 관련법 상반기 개정 추진 홍채-음성인증 등 해킹 차단 과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본점 영업점에서 손바닥을 기기에 올린 채 정맥으로 본인 확인을 하는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해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최 위원장이 처음 바이오 정보를 등록하고 인증을 받는 데 걸린 시간은 3분 정도.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미 한 번 등록을 해놨기 때문에 손바닥만 기계에 대면 바로 인증 절차가 진행된다. 주민등록증이나 통장 비밀번호, 계좌번호 등도 필요가 없다.
국민은행의 ‘손으로 출금 서비스’는 손바닥 정맥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하는 바이오 인증 서비스다. 손바닥을 기계 위에 대기만 하면 다른 절차 없이 돈을 찾을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바이오 인증은 이미 금융권에서 활용돼 왔지만, 지금까지는 자동입출금기기(ATM)에서만 가능했고 비밀번호 등 다른 인증 수단과 함께 이용해야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다른 인증 수단 없이 정맥 인증만으로 출금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예금을 지급할 때 통장이나 인감 확인 의무를 명시한 은행업감독규정을 올해 상반기 안에 개정할 방침이다. 소비자가 통장, 인감이나 서명 없이 바이오 인증만으로 신원을 확인받고 출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이오 인증과 관련된 산업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4년 74억6000만 달러였지만 2020년에는 16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15%에 이르는 성장세다.
국내 은행들도 다양한 형태의 바이오 인증을 시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5년 12월부터 디지털 셀프뱅킹 창구에 손바닥 정맥 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용자는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정맥 인증을 받으면 출금이나 이체를 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아이폰 이용자가 목소리로 본인 인증을 받는 ‘보이스 뱅킹’을 지난해 선보였다. 고객이 아이폰 인공지능(AI) 음성비서인 ‘시리(Siri)’에 “내 딸에게 10만 원을 보내줘”라고 말한 뒤 지문이나 얼굴 인식으로 본인 인증을 받으면 송금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앱’에서 지문, 홍채, 얼굴인식을 활용한 본인인증을 시작했다. 우리은행도 2017년 스마트폰 앱에서 홍채 인증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