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진균 정치부 차장
35억 원대 주식 투자를 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나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항변은 “불법은 아니지 않으냐”다. 이해찬 대표는 “법적으로는 문제없는 것”이라고 일축했고,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위법성이 없다”를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공직자가 주식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 없다. 몇억 원 이상 하면 안 된다는 기준도 없다. 기준도 없고 법도 없는데 단순히 주식 거래액이 많다고 부적격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야당 시절 민주당의 모토는 늘 보수세력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정부는 출범부터 “우리는 다르다”를 외쳤다. 지난 정부에서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던 만큼 이들의 목소리는 상당수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수없이 듣는 여권 관계자들의 이에 대한 항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청와대와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패배 뒤 쓴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에 등장하는 한 구절을 먼저 되새겼으면 한다.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정호 조동호 전 장관 후보자의 낙마 이후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미선 후보자 논란이 터졌다. “우리는 다르다”는 인식에 사로잡힌 인사 시스템으론 제2, 제3의 ‘이미선 논란’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