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제30회 평양국제마라톤대회. 북한식 명칭은 ‘만경대상국제마라손경기대회’다. 올해 1600여 명이 참가했고, 이 중 900∼1000명은 외국인이라고 북한 측은 밝혔다. ABC방송 사이트 캡처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줄을 착착 맞춰 응원하는 주민들, 평양을 조금만 벗어나 달리면 엄청 헐벗은 시골 동네, 선수들에겐 필수적인데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급수대와 간식대, 메이데이스타디움에 모인 관객 5만 명이 쏟아내는 귀가 얼얼한 함성들. 서구 마라토너들의 눈에는 이 같은 광경들이 뭔가 비현실적으로 보였나 봅니다.
△“I don′t know if I′d rush back.”
영국 여성 마라토너 에이미 퓰러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평양마라톤에 대해 “일생에 둘도 없는” “황홀한” 등 수식어를 쏟아냅니다. BBC 기자가 “그러면 다시 참가하고 싶냐”고 묻자 퓰러 씨는 태도를 싹 바꿔 “별로 서둘러 돌아올 것 같지 않다”고 답합니다. 평양마라톤 참가는 한 번으로 족하다는 것이지요.
평범한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평양마라톤에 참가하겠다고 한다면 그의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런 위험한 나라에 왜 가”라면서 만류하지 않을까요. 영국 마라토너 캘럼 매컬럭 씨는 평양마라톤 참가를 두고 친구와 내기를 했습니다. 매컬럭 씨가 진짜 참가했으니 그의 친구들은 매컬럭 씨에게 맥주 몇 잔을 빚졌죠. ‘Bragging rights’는 ‘자랑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요. 흔히 앞에 ‘earn(얻다)’이 와서 ‘뽐낼 만하다’는 뜻으로 쓰이죠.
△Pyongyang came onto my radar after finishing more than 30 marathons.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마다 열심히 참가하는 선수들을 가리켜 ‘마라톤 체이서’라고 합니다. 마케도니아 출신 앙겔 아르나우도프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는 30개 이상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고 난 뒤 평양마라톤이 자신의 레이더망(관심권)에 포착됐다고 합니다. Radar에 대한 재미있는 표현은 ‘under the radar(몰래, 눈에 띄지 않게)’인데요. 흔히 비밀 사내연애를 할 때 “We′re keeping our relationship under the radar”라고 합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