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박수근미술상 박미화 작가 폐광촌 프로젝트-세월호 상징作… 상처받은 마음 보듬는 치유의 손길
조합토를 산화소성해 만든 도예 작품 ‘여인’(2019년).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서로 다르게 표현된 양쪽 팔은 여성이자 작가로서 해야만 하는 두 가지 역할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평소 막연하게 박수근 화백의 이름을 딴 미술상이 가장 명예롭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그 상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너무 구식으로 작업하는 건 아닌지 의심했는데, 이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14일 오후 인천 강화도 작업실에서 전화를 받은 제4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박미화 작가(62)는 조금 떨리지만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는 ‘박수근미술상’의 존재는 알았지만, 자신과 거리가 먼 일로만 생각했단다. 심사 결과가 나온 12일에도 전화를 받지 않아 늦은 밤에야 수상 소식을 듣게 된 그는 깜짝 놀라 “어머, 저 상 신청도 안 했는데요!”라고 답했다. 박수근미술상은 신청 없이 심층 리서치를 통한 후보군을 추천받아 수상 작가를 선정한다.
박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과 미국 템플대 타일러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미국 필라델피아 펜로즈갤러리, 국내에서는 1991년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도예 작업은 물론이고 평면과 설치 작업을 함께 해왔다. 그의 작업은 상처 받은 사람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두드러진다. 연민과 슬픔을 암시하는 ‘피에타’상이 작품에서 자주 등장한다.
또 그는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거나 서대문형무소 달력을 보고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규모 폐광촌을 찾아 예술 작업으로 치유를 시도한 ‘철암 그리기’ 프로젝트, 전남 해남의 귀농 부부와 함께 연 갤러리 ‘베짱이농부네 예술창고’의 전시 등에도 참여했다.
목탄 드로잉 작품 ‘헌화’(2016년·왼쪽)와 흙 조각 ‘여인 입상’, ‘풀나무’(이상 2018년), 채색 나무판 ‘미완의 풍경’ (2019년) 설치 전경. 박수근미술관 제공
심사위원회의 심의 진행을 맡은 조은정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장은 “각 시대마다 미술의 경향성과 유행을 따르는 작가가 있는데,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박수근에게 가까운 예술적 태도, 삶의 태도, 예술성이 부합하는 작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시상식은 박수근 화백의 기일(1965년 5월 6일)에 맞춰 다음 달 4일 오후 2시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 박 작가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조각 상패가 주어진다. 같은 날 제3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인 이재삼 작가(59)의 개인전 개막식도 열린다. 이 작가의 개인전은 박수근미술관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박 작가의 수상작가전은 2020년 5월 열릴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