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첫 내한공연 가진 英 팝가수 앤마리 첫사랑 관한 노래 ‘2002’… 국내 주요 팝차트 1위 휩쓸어 예매 시작 1분만에 전석 매진… 10, 20대 여성 관객 90% 차
이 팝스타는 원래 가라테 선수였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게 열한 살 때 일이다. 10대 시절 여러 차례 우승과 준우승을 석권했다. 그래서일까. 어려서부터 센 음악이 좋았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영국 팝 가수 앤마리(본명 앤마리 로즈 니컬슨·28)는 눈맵시가 깨나 매서웠다.
13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영국 팝 가수 앤마리. 그는 “히트곡 ‘2002’는 동료 에드 시런, 줄리아 마이클스와 제가 경험한 2002년의 경험담을 모아 만든 곡”이라고 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샤론 스톤의 눈매를 가진 드루 배리모어처럼 생긴 이 팝스타는 “어려서부터 에미넘을 좋아했다. 자기 이야기를 거침없이 노래에 담고 사람들의 반응을 두려워 않는 태도는 래퍼들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했다.
2002년은 한국인에게 월드컵으로 기억된다고 하자, 그는 “내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해여서 너무 특별하다”고 했다. 아홉 살에 가라테에 입문해 2년 만에 세계 정상을 밟은 것.
그의 노래는 이율배반적이다. 허스키하지만 귀여운 목소리는 때로 배신한 연인을 향한 욕설 섞인 가사와 결합한다.
“스타가 되려고 이상적 캐릭터를 상정해 저를 맞추려 노력하지 않았어요. 제 음악에서 귀여움과 강인함이 동시에 느껴진다면 그건 그냥 저라는 인간의 특성입니다.”
앤마리의 팬은 주로 젊은 여성. 이날 저녁 서울 광진구에서 연 앤마리의 첫 내한공연은 남성 아이돌그룹 콘서트 같았다. 여성들의 비명과 제창 소리가 장내를 뒤덮었다.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석(2300석) 매진됐는데 10, 20대 여성이 관객의 약 90%를 차지했다.
“수련하며 내면이 성장했어요. 어려운 음악 작업을 할 때면 투지를 주죠. 무대에서 발차기 욕구를 참기 힘든 건 부작용이지만요. 하하.”
앤마리는 이날 공연에서 끝내 노래 중간 두 차례 발차기를 선보였다. 흔들림 없는 절창만큼 인상적이었다. 팝스타의 오른발은 ‘붕’ 가볍게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