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기자
교육을 발판 삼아 지역을 살리려는 ‘교육주도 성장’을 일부 지자체가 시도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와 부산시가 시도 중인 ‘대학도시 춘천’과 ‘대학주도 성장’이 그것이다. 춘천의 경우 이재수 시장은 지난달 4일 시청의 국장들과 함께 강원대를 찾아 김헌영 강원대 총장을 비롯한 교수들과 ‘대학도시 춘천’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춘천시는 대학 지원을 위한 조례를 만들었고, 강원대는 17개 사업을 시에 제안했다. 부산시는 산학협력단을 만들어 ‘대학주도 성장’을 구체화하고 있다. 15개 대학의 직원을 시에 불러 모아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하고 있는 것. 부산시의 대학 지원은 오거돈 시장의 두 차례의 총장 경험이 밑바탕이다.
‘교육주도 성장’은 비용이 적게 들고, 시민 만족감이 높으며, 수도권의 압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 한국 경제가 또 다른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면 대학을 활용한 기술 발굴이 필요하다.
스위스 추크시도 대학과 기업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추크시는 인구가 3만 명에 불과하지만 2017년 현재 3만 개의 글로벌 회사와 존슨앤드존슨, 피아제, 카르티에 등 세계적인 회사들의 본사가 있다. 스위스 블록체인 기업 800개 가운데 600개가 시 인근의 크립토밸리에 몰려 있다. 이 기업들은 세계 암호화폐의 80%를 발행하고 있다. 인근 루체른대는 여기에 필요한 인력의 70% 가까이를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회사 인텔이 2017년 이스라엘서 인수한 모빌아이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자율 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다. 모빌아이는 이스라엘 히브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암논 사슈아와 사업가인 지브 아비람이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었다.
위 세 지역의 공통점은 ‘대학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간섭은 안 하는 것’이다. 전제는 꾸준한 지원과 대학의 혁신이다. 세계적인 지역이 되는 지름길 중의 하나는 지역 대학을 육성하는 것이다. 대학을 지원하지 않으면 대학은 없어지고 지역은 시들해진다. ‘교육주도 성장’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금액의 10분의 1이면 충분하다. 대학이 있는 지역의 단체장들이 대학의 가치에 눈 떠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