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신뢰도를 제고하려는 대학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13일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입학설명회를 열고 학종 평가 항목과 방식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학종은 교과 성적 외에 진로 동아리 봉사 활동과 같은 비교과 영역을 평가해 학생의 잠재력을 보고 선발하는 전형이다. 내신과 달리 정성평가이기 때문에 왜 합격하고, 불합격했는지 알 수 없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0학년도 신입생 2명 중 1명을 학종으로 선발하는 두 대학이 앞장서 학종 평가 항목과 방식을 공개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대학들은 인재상에 맞는 우수학생을 미리 선발할 수 있고, 이렇게 선발한 학생들의 반수·재수 비율도 낮아 학종을 다른 전형보다 선호한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불신이 상당하다. 2017년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는 ‘합격·불합격 기준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 75%는 ‘부모·담임·입학사정관에 따라 결과가 다른 불공정한 전형’이라고 답했다. 대학들이 평가 기준을 밝히지 않으니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이 벌어졌다. 학교 안에서는 일부 우수 학생에게 상을 몰아줬고, 학교 밖에서는 고액 컨설팅 등 사교육이 과열됐다. 성적 조작 등 학종 비리도 끊이지 않았다.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고교 교육이 왜곡되고 있는데도 대학들은 정성평가란 이유로 평가 항목과 방식 공개에 소극적이었다.
학종이 학교 교육에 충실한 학생, 다양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원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전형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지금은 시험 과목과 그 범위도 모른 채 입시를 치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험생들은 대학이 대입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을 상대로 불공정한 게임을 한다고 하소연한다. 이렇게 되면 입시 부담은 가중되고 불안감에 기생하는 사교육만 극성을 부리게 된다. 특히 학종 선발 비율이 높은 상위권 대학들은 학종 평가 항목과 기준을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 그동안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발해 왔다면 구체적으로 이를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