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00년 맞이 기획 / New 아세안 실크로드] <6> 금융영토 넓히는 M&A 전략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의 우리소다라은행 지점에서 직원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자카르타=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2014년 문을 연 우리소다라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한국-인도네시아 금융사가 합병해 만든 법인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진 뒤 우리소다라은행 한국 직원들은 의상부터 언어까지 인도네시아에 완벽히 동화되기로 했다.
이 은행의 오재호 사업지원부장은 “아세안에서 현지 회사와 인수합병(M&A)하는 한국 금융사는 직원들끼리 얼마나 잘 융합하는지가 업무 시너지를 내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며 “인도네시아 직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일상 대화뿐 아니라 회의도 인도네시아어로 진행하고 옷도 전통 복장을 입는다”고 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이 출범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소다라은행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은 뒤 2년 6개월이 지난 2014년 말에야 은행 문을 열 수 있었다. 2012년 6월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고 당국의 지분인수 승인까지 1년 6개월, 합병 승인까지 또 1년이 걸린 것이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금융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M&A 심사를 무척 깐깐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합병을 준비한 실무자들은 “도무지 당국에서 진도가 안 나갔다”며 언제쯤이나 당국의 승인이 떨어질 수 있을지 노심초사했다고 전했다. 합병 승인은 본국에서 대통령이 나선 다음에야 풀렸다. 2013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인도네시아 수교 40주년을 맞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우리소다라은행 건을 콕 집어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 후에야 당국은 인수 승인에 속도를 냈다.
윤현성 우리은행 글로벌전략 부부장은 “해외에서 소매금융 사업에 바로 나서기엔 영업망도 부족하고 고객 신용도를 어떻게 확인할지에 대한 노하우도 부족했다”며 “우리같이 현지화를 처음 시도하는 상황에서는 M&A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냈다. 2017년 순이익인 470억 원의 배를 넘는 수준이다. 2018년 국내 은행이 베트남 점포에서 거둔 전체 순이익인 1500억 원의 60%를 차지한다.
신한베트남은행의 놀라운 성장도 성공적인 M&A에서 시작됐다. 1992년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베트남사무소를 연 신한은행은 2017년 말 호주계 ANZ은행의 현지 리테일 부문을 인수했다. 이후 외국계 은행 중 자산 1위에 오르며 규모와 내실이 급성장했다.
KEB하나은행은 베트남의 ‘빅3’ 은행 중 하나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BIDV가 올 상반기 내 유상증자를 하면 지분 15%를 인수하는 형태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이를 위해 베트남중앙은행 총재 등 현지 금융계 고위 관계자를 만나며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은행도 베트남우체국보험과 손해보험부문 방카쉬랑스 업무제휴를 맺는 등 현지화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현재 가장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M&A의 전장이다. 인구 2억7000만 명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놓고 전 세계 금융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인수해 2대 주주가 됐고 NH농협은행도 인수합병을 위한 시장 조사를 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인도네시아에서 센트라타마내셔널은행과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를 동시에 인수해 신한인도네시아은행으로 영업하고 있다. 변상모 신한인도네시아은행장은 “기업 대출과 리테일 영업을 모두 강화하려는 금융사를 중심으로 M&A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중금리 대출 중심의 소매금융 영업을 위해 전문 캐피털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자카르타=송충현 balgun@donga.com / 하노이=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