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를 못 이겨 쏟아진 폐기물. 화성=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폐기물을 찾을 땐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었다. 폐기물이 쌓여 있다는 주소지로 갔을 때 5m 높이의 철판 가림막이 폐기물을 감싸고 있어 폐기물 더미가 보이지 않았다. 동행한 경기도 관계자는 “폐기물을 몰래 쌓기 위해 일부러 가림막을 친 것”이라며 혀를 찼다. 기자가 찾은 폐기물 업체 대표는 현재 잠적한 상태인데, 최근엔 인근에서 그 업체가 쌓은 폐기물이 4000t 이상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 업체에 폐기물을 판 사람도 찾아내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요?” 기자의 질문에 “쉽지 않을 것”이란 경기도 관계자의 답이 돌아왔다. 사실관계는 잠적한 대표를 찾아 확인해야겠지만, 처리 비용이 비싼 폐기물을 싼값에 처리해 준다는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배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2016년 대비 2018년 소각 비용은 t당 16만 원에서 26만 원으로, 매립 비용은 7만 원에서 14만 원으로 상승했다. 처리 비용이 비싸니 의류 등을 보관한다고 속이고 창고나 야산을 임차해 폐기물을 무단으로 쌓아놓고 잠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 쌓인 불법 폐기물은 2016년 73만 t에서 2018년 120만3000t으로 늘었다.
불법 폐기물을 취재하고 돌아오는 길에 방법이 없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환경부는 앞으로 폐기물을 불법으로 배출하거나 처리할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이고 신고 포상금제를 신설해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소각장 같은 폐기물 처리 인프라 확대를 꼽는다. 그런데 관건은 지역 주민 설득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에게 오염물질 배출 현황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신뢰를 주면서 최신 방지시설을 갖춘 소각시설에서는 오염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할 것이다. 거기에다 주민 난방비를 면제해 주는 식의 ‘이익 공유’ 방안까지 적극적으로 강구한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