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색이 들어간 음료수와 생수 페트병은 생산하기 어려워진다. 갈색인 맥주 페트병도 점차 유리병이나 캔 등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색이 들어간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페트병과 종이팩 등 9개 포장재의 재활용 용이성 등급 기준을 세분화한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17일 고시한다.
현재 포장재는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뉜다. 지금까지 등급 판정은 권고사항이라 반드시 받을 필요가 없었다. 업체 입장에선 1등급을 받아 친환경 업체라는 점을 홍보하는 것 말고는 별 이익이 없었다.
하지만 개정안에선 포장재 재활용 등급 기준을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 4단계로 세분화하고, 등급을 외부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해당 포장재는 페트병과 종이팩, 유리병, 철캔, 알루미늄캔, 발포합성수지(아이스박스 등), 폴리스티렌페이퍼(컵라면 등), 합성수지 용기, 복합재질 용기 등 9가지다.
환경부는 이 개정안과 별도로 올해 하반기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유색 페트병과 물에 녹지 않는 일반 접착제 사용을 원천 금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2020년부터 시각적 효과를 위해 다양한 색을 넣은 페트병이 자동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롯데칠성음료와 광동제약 등 19개 업체는 올해 말을 목표로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갈색인 맥주 페트병이다. 갈색 페트병은 활용 방안이 한정돼 있어 재활용을 하기에 경제성이 낮다. 하지만 맥주업계는 제품의 품질을 보전하려면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페트병에 색깔을 입힐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환경부는 이런 입장을 감안해 당분간 맥주 페트병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페트병을 캔이나 유리병으로 대체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맥주 페트병 퇴출 방안은 업체별 상황을 고려해 올해 하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또 이번 개정안에 따라 와인병처럼 짙은 색상이 들어간 유리병이나 멸균제품을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알루미늄이 덮인 종이팩 등은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게 된다. 환경부는 “외부에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하면 생산업체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평가등급별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화해 재활용 최우수 등급 생산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지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