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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서훈 딜레마…靑, 대북 특별사절단 구성에 ‘고심’

입력 | 2019-04-16 23:16:00


문재인 대통령이 네 번째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하면서 청와대는 정상회담의 사전 협상을 담당할 대북 특별사절단 구성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1, 2차 대북 특사단의 양축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여전히 유력한 후보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의 메시지를 미국에 제대로 전달했느냐는 말이 워싱턴 조야에서 나오면서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이번에 북한에서 받아오는 메시지를 토대로 북한과 다시 협상을 벌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고 이들을 당장 대체할 만한 비핵화 이슈 전문가를 찾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여기에 한국의 중재 노력을 ‘오지랖’이라며 깎아내린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특사 카드를 받을지도 불투명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지난해 3월 특사로 평양을 다녀왔던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이번에도 대북특사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 실장과 서 원장이 1년 사이 협상 파트너인 미국으로부터의 신뢰가 이전같지 않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서 원장은 지난달 미국 방문 당시 일정 등의 이유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지 않았다. 정 실장과 관련해선 “청와대가 백악관에 전하는 북한 정보를 다 믿기는 어렵다”는 말이 워싱턴 싱크탱크와 학자들 사이에서 들리고 있다. 비핵화에 대해 북-미 간 현격한 이견 차를 있는 한국 정부가 그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만은 자연스럽게 이들 ‘북핵 투톱’에게도 갈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스스로도 곤혹스런 상황을 겪기도 했다.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시 청와대는 “북-미 정상 서명식을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 지켜볼 것”이라며 ‘하노이 노딜’의 가능성을 거의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그 배경 중 하나는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의 낙관적인 상황 파악 및 분석이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때문에 청와대도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특사로 거론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한층 복잡해진 3차 북-미 정상의 길을 닦아야 할 이번 특사로 중량감 있는 새 인사를 보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찌됐든 지난해 비핵화 논의 시작부터 청와대는 정 실장에게 백악관을, 서 원장에게 미 중앙정보국(CIA)과 북한 통일전선부를 각각 맡겨왔다. 서 원장은 드러나진 않았지만 꾸준히 북측과 물밑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신뢰하는 인물은 여전히 서훈 원장”이라고 단언했다.

청와대는 정 실장과 서 원장 외에 안보라인에 새롭게 합류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대북 특사단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김 차장은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에도 동행했다. 신·구 멤버의 조합을 통해 비핵화 장기전을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의중이다. 최근 잇단 대형 정치 행사 열고 ‘포스트 하노이’ 체제를 정비한 북한은 남북, 북중, 북러 등 차기 정상회담 행보를 놓고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서는 특사로 누가 오는 것보다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무엇을 가져올 것이냐에 더 관심이 크다”면서 “한국과 미국이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인도적 지원 정도의 카드로 북한이 움직일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황인찬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