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만큼 놀라운 ‘불사조’들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에서 뛰던 1992년 6월 챔피언결정전에서 포틀랜드를 상대로 우승을 결정지은 뒤 환호하는 마이클 조던. 그는 1993년 아버지가 총격 사건으로 세상을 떠나자 농구공을 놓고 야구로 전향했지만 1995년 다시 농구 코트에 돌아와 팀의 3연속 우승을 이끌며 컴백쇼를 마무리했다. AP 뉴시스
15일(한국 시간) 14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에게 쏟아지는 찬사다. 한때 성추문과 도박 스캔들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추락했던 우즈가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하자 과거 비슷한 궤적을 밟았던 스포츠 스타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재기 신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포츠 스타 가운데 하나가 세계적인 복서 조지 포먼(70)과 고 무하마드 알리다. 뉴욕타임스가 우즈의 컴백을 계기로 위대한 재기를 한 스포츠 스타들을 선정하면서 복싱계의 대표로 꼽은 인물들이다. 조지 포먼은 1987년 10년 은퇴 공백을 깨고 사각 링 위로 돌아온 뒤 1994년 최고령 45세의 나이로 헤비급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자신보다 18세 어린 마이클 무어러를 상대했던 포먼은 상대의 집요한 공격에 수비로 맞서다 10회 라이트 훅 한 방으로 KO승을 따냈다. 당시 포먼이 챔피언이 되자 프로복싱 헤비급 선수들의 기량 저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포먼은 이후 세 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생사기로에서 다시 일어난 선수들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포뮬러1(F1) 레이서 니키 라우다(70)는 1976년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 도중 차량이 벽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화염에 휩싸여 오른쪽 귀 대부분을 잃고 한동안 코마 상태로 지냈다. 심각한 사고였지만 6주 만에 레이스로 돌아와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는다. 이듬해 1977년에는 생애 두 번째 월드챔피언을 차지했고 현재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팀의 비상임 의장을 맡고 있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여자 테니스 선수 모니카 셀레스(46·미국)는 1993년 경기 도중 난입한 괴한 칼로 등을 찔렸다.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선수 생활을 중단하기도 했던 그는 1996년 호주 오픈에서 우승하며 재기했다.
국내에서는 KBO리그 OB(현 두산)의 투수 박철순(63)이 있다. 리그 출범 원년인 1982년 다승왕 출신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박철순은 이후 허리 디스크와 아킬레스건 파열 등 각종 부상에도 잇따라 재기에 성공하면서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