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둘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이곳에선 ‘괴물’ 소리 한 번 들어 보지 않은 선수가 없다. LA 다저스 선발 투수 류현진(32)도 그중 하나다. 100마일(약 162km)의 ‘불직구’를 쉽게 던지는 조던 힉스(23·세인트루이스) 같은 선수는 진짜 괴물이다.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무대에 서는 건 정말 어렵다. 오래 버티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점에서 추신수(37·텍사스)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추신수는 이달 초 개인 통산 1500안타를 쳤다. 2005년 빅리그에 올라온 지 14년 만이다. 메이저리그 역대 637번째, 현역 선수 28번째 기록이었다.
그가 말한 루틴이란 게 특별할 건 없다. 그저 열심히 한 것뿐이다. 다만 그 열심의 차원이 보통 선수들과는 다르다. 마이너리그 때나 7년 1억3000만 달러(약 1477억 원)를 받는 지금이나 그는 야구장에 가장 먼저 나오는 선수다.
오전 7시에 시작되는 스프링캠프 때는 오전 4시 반에 출근한다. 구장 관리인이 그에게 아예 열쇠를 맡긴 적도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는 정글이다.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매년 쏟아져 들어온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가진 모든 게 한순간 사라져 버릴 것 같다”고 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화려하지 않다. 3할 타율을 친 적도 3시즌밖에 없고, 올스타전도 지난해 처음 출전했다. 하지만 그는 꾸준하다. 부진한 듯 보여도 시즌이 끝나고 나면 기본 이상의 성적을 낸다.
올해 그는 2008년 이후 11년 만에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추신수는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루틴대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불과 며칠 만에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추신수에게 직접 사과했다. 추신수는 경기장 안팎에서 다른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 클럽하우스 리더이기 때문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도 야구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행복해서 하는 겁니다. 언제든 야구장 가는 길이 즐겁지 않으면 미련 없이 그만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