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질·윤리성 입증 못한 청문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임명한다면 여성 전체에 대한 모독일수도 ‘말 잘 듣는 여자’ 헌재 입성시킨 뒤 국가보안법 위헌 결정 내릴 참인가
김순덕 대기자
이미선이 간택된 주요인 중 하나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는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사실 빼고는 헌법재판관이 되어야 할 어떤 능력이나 자질도 보여주지 못했다.
주식이 많다거나 법관 출신의 변호사 남편에게 재산을 맡겼대서가 아니다. 서울고법 판사를 지낸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지적했듯, 법관이 거의 전 재산을 직무 관련이 의심스러운 주식거래로 갖고 있는 건 특이한 경우다. 이미선이 출장비를 증권계좌로 받을 정도면, 후보자 지명 뒤 적어도 자기 명의 주식에 대해선 벼락치기 공부라도 해서 청문회 때 설명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는 “후보자는 재판에 전념하고 재산 문제를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맡겼다”고 되뇌었다.
“내부정보나 이해충돌의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한 것도 앞뒤가 안 맞는 소리다. 품목 선정도, 매수 판단도 남편이 했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걸 이미선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이미선은 남편의 말만 옮길 만큼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다고 광고한 것도 모자라 청문회 뒤 남편이 학부모처럼 해명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 부장판사까지 올라간 직업인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마치 매 맞고 주눅 든 아내, 보호자가 필요한 아동이나 금치산자를 보는 느낌이었다.
부부가 이테크 주식을 상당액 보유한 상태에서 이미선은 2018년 이테크 관련 민사소송 재판까지 맡아 직업윤리를 의심케 했다. 청문회에선 이테크가 관련된 소송이 아니라고 답해 정직성도 의문스럽다. 이테크 하청업체가 군장에너지의 발전설비공사 중 일어난 사고이고, 더구나 막대한 보험금이 얽힌 사건이기 때문이다.
법관윤리규정을 모르는 일반인도 그런 재판이면 재판장이 회피하는 게 상식이라고 본다. 그의 남편은 이테크의 모기업인 OCI의 특허 관련 소송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5억 원쯤 손해 봤는데 무슨 내부거래냐”며 그들 부부와 여권 인사들이 펄쩍 뛰는 건 이미 양심에 털이 났다는 의미다. 손해를 봤든 이익을 봤든, 직무 관련 기업의 주식을 매매하는 것은 분명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지적한 바 있다.
법적,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후보자를 놓고 전수안 전 대법관에 이어 여당 여성 의원들이 어제 ‘어렵게 겨우 탄생한 여성 재판관’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비극이다. 판사들 사이에서도 부끄럽다는 평이 나오는 이미선을 생물학적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한다면 전체 여성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혈연, 지연, 학연도 지겨운데 성연(性緣)까지 확대하는 것도 ‘공정’이라는 가치에 어긋난다.
전수안은 “오랫동안 부부법관으로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다 남편이 개업해 가계를 꾸리고 아내가 헌법재판관이 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어긋난다고 누가 단언하느냐”고 주장해 국민의 염장을 질렀다. 이미선이 청문회에서 밝힌 부장판사 월급이 700만∼800만 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진보성향의 ‘독수리 5형제’로 이름났던 그가 부부법관의 생활고를 말하다니, 좌파도 많이 타락했다.
문형배 후보자와 함께 이미선까지 입성하면 헌법 재해석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이나 국가보안법 위헌 결정도 가능해진다.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한 재판관들로 헌재를 채운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 두렵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