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방화-살인’ 5명 사망-13명 부상 조현병 전력 40대 아파트 불낸 뒤 대피하던 주민 무차별 흉기 공격 경찰, 지난달 난동에 5차례나 출동… “사안 중하지 않다” 계도조치 그쳐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을 앓은 적이 있는 안모 씨(42)가 이웃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했다. 안 씨는 이 아파트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의 얼굴과 목 등 급소를 공격했다. 안 씨는 아파트 이웃집 현관에 오물을 끼얹는 등 자주 난동을 부려 지난달에만 다섯 차례 경찰이 출동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유족과 피해 주민들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면 참사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남 진주경찰서와 진주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29분경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소방서에 접수됐다. 안 씨가 휘발유로 자신의 집 406호에 불을 질러 화재경보기가 울리자 주민들은 계단으로 대피를 시도했다. 이 아파트 1∼10층엔 80가구가 살고 있다.
안 씨는 아파트 2층 중앙 계단에서 대피하는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양손에 든 흉기로 얼굴과 목, 옆구리 등을 공격했다. 안 씨의 공격을 받은 주민 11명 가운데 5명이 사망했고 3명이 중상, 3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오전 4시 35분까지 약 6분간 벌어진 참사다.
경찰은 중앙 계단 2층에 있던 안 씨에게 공포탄과 테이저건, 실탄을 발사하고 대치한 끝에 출동 15분 만인 오전 4시 50분경 안 씨를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 안 씨가 범행 자체는 시인하면서도 동기에 대해 ‘나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어 방어하려고 했다’는 등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안 씨에 대해 살인과 현주건조물 방화 등의 혐의로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앞서 아파트 주민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층간소음 문제로 시비를 걸고 오물 투척, 폭행 등의 문제를 일으킨 안 씨를 8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해 계도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안 씨는 2010년 행인에게 시비를 걸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안 씨에 대해 “편집형 정신분열병을 앓아 범행 당시 심신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지만 사물 변별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진주=강정훈 manman@donga.com / 구특교·한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