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란듯 잇단 강경 메시지 CSIS 공개 영변 사진 속 궤도차, 방사성물질 운송 특수차량 가능성 北, 美 위성촬영 알면서도 노출 金, 평양방어 임무 공군부대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부대를 시찰하고 있다. 5개월 만에 군부대 시찰에 나선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하노이에서 제시한 ‘비핵화의 정의’에 수긍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밝히며 버티기에 들어갈 것임을 공표했다. 이 연설이 진행된 같은 날 영변 핵시설 내의 수상한 움직임이 관측된 것을 두고 북한이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서 드러난 대미 강경 기조가 말뿐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구체적인 압박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대표적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얻기 위한 재처리 과정에 실제로 돌입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영변 내 재처리 시설이 있는 ‘방사화학실험실’ 인근에서 차량이 다수 포착됐다는 건 이 같은 정황을 의심할 만한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해당 궤도차량이 사용후핵연료를 옮기기 위한 특수차량인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시기적으로 볼 때 북한이 원자로 가동 중단 이후 핵물질 확보를 위한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주요 핵시설을 미국이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처럼 수상한 움직임을 노출한 것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16일 북한 공군부대를 현장 시찰하며 대미 강경 메시지에 힘을 보탰다. 김 위원장의 군 시설 시찰은 5개월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하며 “(해당 부대) 군인들은 비행훈련을 가장 극악한 조건에서 전쟁 맛이 나게 강도 높게 진행했다”고 전했다. 1017부대는 평안남도 순천비행장에 위치하며 평양 방어 임무를 맡고 있는 부대로 분석된다.
한기재 record@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