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자율주행버스 실험장… 볼보, 싱가포르 선택한 까닭은

지난달 5일 싱가포르 난양기술대에서 스웨덴의 볼보버스가 세계 최초로 대형 자율주행 전기버스(볼보7900)의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이 버스의 내부(작은 사진)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센서와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한 보안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볼보버스 제공
스웨덴 기업인 볼보버스는 왜 하필 싱가포르에서 이런 실험에 나섰을까.
지난달 22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아카시 파시 볼보버스 수석부사장은 “싱가포르 정부와 NTU가 자율주행차에 대해 상용화까지 약속하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사업가 같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단순히 협력만 제안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길도 마련한다.”
볼보버스와 NTU의 프로젝트에는 싱가포르의 자율주행 분야 스타트업 10여 개도 참여했다. 또 NTU와 LTA의 연구진 약 20명도 기술 협력에 투입됐다. 대학 내부에는 싱가포르의 교통과 기후를 재현한 테스트 공간도 마련됐다. 교통신호, 버스 정류장, 횡단보도는 물론이고 집중 호우나 침수 등 현지 기상 조건에 맞춰 실험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외국 기업에 제공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시범 운행 이후 실제 도로에서도 운행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없애겠다는 약속도 했다.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시범 운영할 수 있는 ‘자율주행 전용 도로’가 실제 싱가포르 도심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싱가포르는 다국적 컨설팅 기업 KPMG가 발표한 ‘2019년 자율주행 준비성 평가’에서도 세계 2위에 올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정부의 자율주행 기술 관련 투자와 미래 비전, 규제 개혁, 인프라 평가 등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자율주행 기술력 등을 평가한 분야에서는 15위에 그쳤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최신 기술을 가진 기업을 유치한 뒤 자국의 대학과 스타트업을 연계해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로 만든 것이다.

박범준 KOTRA 싱가포르무역관 과장은 “한국에서 논란이 됐던 가상화폐 기술도 싱가포르는 이미 핵심 국가가 됐다. 싱가포르는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면 성과 여부를 떠나 최신 기술이나 제도를 적극 수용해 실험을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변종국 기자 bjk@donga.com